지금, 한국의 종교

김근수 외 6명 공저 / 메디치

지구 한편에서는 테러와 전쟁까지 불사하는 IS가 활개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신도수 감소가 증명하듯 세속화와 더불어 탈종교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사회도 근대화와 일본의 제국주의, 한국전쟁과 분단을 거쳐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했다. 종교는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현상과 맞물려 때로는 사회현상을 주도하며 우리 앞에 현신한다. 그렇기에 개인적 신앙으로써의 종교만을 강조하는 것은 부족하며 제도적 종교를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은 지난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9차례에 걸쳐 토론했던 종교포럼의 결과물이다. 포럼의 명칭이 제법 길다.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다. 명칭에는 포럼의 내용과 형식이 모두 담겨 있다. 

세상을 걱정하는 우환의식은 종교의 본령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거꾸로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고 있다. 종교가 사람들에게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종교 자체가 사회적 정의의 실현과 화합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교회와 사찰의 대형화, 신앙의 상업화 그리고 종교의 권위를 빙자한 권력의 사유화는 오늘날 한국종교의 민낯이며 세습과 파벌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과 분쟁은 종교계의 일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종교의 이러한 현실을 부끄러워하고 걱정하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책의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 제2부 ‘경계너머: 왜 걱정인가’ 그리고 제3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이러한 포럼의 구성 내용과 일치한다.

본문에서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는 도인불교에서 벗어나 ‘시민보살’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같은 맥락에서 개신교는 교회와 한 몸이라는 신체 기관의 위계성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연결성에 중점을 두고 한곳이 아프면 다른 곳도 아프다는 관점에서 바울의 정신을 되살려야 하며, 가톨릭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유와 해방을 향해 나갈 것을 주문한다. 포럼을 통해 각자의 옳음을 이야기하고 또 이해하며 화쟁을 도모했다.

[불교신문3253호/2016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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