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로 읽는 금강경 이중표 지음/ 민족사

자살률 세계 1위 우리나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땅이 됐다

원인은 가난이 아니라 욕망과

끝없이 소유하고자 하는 ‘탐욕’

‘금강경’의 바른 이해 바탕으로

조계종이 사회 고통 해결해야…

“이와 같이 나는 들었습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1250명의 큰 비구승가와 (그리고 많은 보살들, 마하살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식사 때가 되자 옷을 입고 법복과 발우를 들고 밥을 벌기 위하여 사위대성에 들어가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사위대성에서 밥을 빌어 식사를 하시고, 탁발에서 돌아와 옷과 발우를 자리에 놓고 발을 씻으신 후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서 결가부좌를 하고 몸을 곧추 세우고 대면하고, 주의집중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많은 비구들이 세존에게 다가와서 두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세존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불교의 경전은 방대하다. 그 가운데 한권을 선택한다면. 한국불교에서는 단연 <금강경>을 우선으로 선택하고 있다.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불교 경전인 <니까야>를 연구해 온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니까야>를 바탕으로 <금강경>을 해석했다. 이를 통해 <금강경>이 <아함경>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금강경>의 의미를 명쾌하게 해설했다는 평가다. 

올해 서울과 광주, 구례에서 진행한 <금강경> 강의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은 제1장 금강경의 취지, 제2장 보살의 길, 제3장 평상심에 길이 있다, 제4장 업보는 있으나 작자는 없다, 제5장 지금 여기에서 현재의 법을 통찰하는 행복한 삶. 총 5개장으로 <금강경>을 구분하고, 구마라집의 한역본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자살률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땅이 됐다. 그 원인은 가난이 아니라 개인적 욕망과 끝없이 재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탐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개발이 아니라 불교다. 특히 조계종이 사회 고통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계종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이중표 교수는 지난 10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왜 금강경인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승불교는 지극히 이론적이고 개인적인 아비달마 불교의 반성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대승불교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내용을 뽑아 <금강경>을 편집했다. 즉 사회의 고통을 불교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담은 내용이라는 것이 이중표 교수의 설명이다.

이중표 교수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 호남불교문화연구소장과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함의 중도체계>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역주 정선 맛지마 니까야> 등을 펴 낸 바 있다.

“금강경은 부처님께서 맨발로 일곱 집을 찾아 탁발하고, 발을 씻고 자리에 앉아 대중과 함께 공양을 드시는 내용에서 시작합니다. 그 평범한 일상을 보고 수보리는 희유하고도 희유한 일이라며 부처님을 찬탄합니다. 이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한 삶을 살았고, 그 길을 지향했습니다. 맨발로 걸식을 하면서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살피고, 고통을 해결시켜 줄 길을 제시한 것입니다.”

<금강경> 가르침이 한마디로 뭐냐는 질문에 이중표 교수는 ‘공(空)’, ‘연기’, ‘반야’ 등 기존 주장과 달리 ‘무쟁(無諍)’이라고 답했다. 개인적인 열반을 강조하던 기존 불교의 주장이 아니라 중생구제의 길을 걸으신 부처님처럼 살겠다는 서원을 통해 깨달음을 향해 나가는 보살행이 내용의 핵심이며, 고통 소멸의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길이 ‘무쟁’이라는 것이다.

“무쟁은 무아의 깨달음을 통해 이뤄집니다. 무아는 곧 아상을 없앤다는 의미입니다. 니까야를 통해 금강경을 해석하면 이런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불교는 고통을 소멸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갖고 있고, 금강경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면 모든 논쟁이 종식될 것입니다. 곧 사회적 갈등과 고통이 해소될 것입니다. 무쟁의 길을 가는 수보리를 내세워 부처님께서 진정으로 마음에 두신 것이 열반이 아니라 보살도의 실천이란 것을 보인 경전이 금강경입니다. 공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점은 공 사상이 아니라 무쟁의 가르침이란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명쾌하게 답을 하셨다. 이중표 교수는 그 가르침을 <금강경>에서 배우고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연등불로부터 성불의 수기를 받은 것은 꽃을 공양한 작자로서의 선혜가 아니라, 선혜의 행동이었다. 그 자리에서 누구나 그렇게 행동했다면, 아니 지금이라도 누구나 그렇게 행동한다면, 누구나 성불의 기별을 받은 보살이 아니겠는가. 금강경은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살은 명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사로 살아간다.”

[불교신문3253호/2016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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