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라는 이름 하나가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고 있다. ‘게이트’로까지 명명되면서 일파만파 번지더니 지난 4일에는 대통령이 재차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검찰조사까지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같은 날 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5%까지 떨어져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최순실 게이트는 정치에서만 머물지 않고 경제, 문화 등 다방면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비롯한 승가와 재가단체 등 불교계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의 진정한 참회와 하야 등을 촉구했다. 

이렇듯 최순실 게이트는 종교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쳇말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정치인과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듯이 우리는 정치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종교가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국민, 즉 중생이다. 실제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이 가장 고통을 겪고 있다. 농담으로 혹은 떠도는 소문으로만 알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금수저’ ‘헬조선’이 현실이 돼버린 상황에 분노를 넘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국민 정서다. 이럴 때일수록 종교의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교분리 원칙이 명확하지만 중생이 아파하는데 침묵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의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위로의 말 한 마디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서와 나라의 현 상황을 바로 보지 못하고 하는 말과 행동은 도리어 역효과를 줘서 갈등과 분노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감히 말하자면 호국불교의 전통을 발휘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던 옛 스님들의 행동은 위정자를 위함이 아니었다. 오직 중생을 위함이었다. 지금이 바로 중생의 고통을 구하기 위해 우리 불교가 힘써야 할 때이자,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가의 안위를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현재 정치권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를 것을 권한다. 칠불쇠퇴법(七不衰退法)은 현재 난국을 타개할 좋은 본보기다. 나라 다스리는 일로 자주 모임을 열며 회의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다, 장로와 청년이 서로 화목하며 함께 나라를 운영한다, 전에 없던 세금을 걷거나 새로운 형벌을 만들지 않고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법을 함부로 고치지 않는다 등을 지키면 나라나 승가는 쇠퇴하지 않고 번영할 수 있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이같은 일곱가지 법은 모든 공동체를 운영할 때 필요한 원리다. 현재 국정상황과 비교해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다. 

[불교신문3247호/2016년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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