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지붕 위로

                                         폴 베를렌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폴 베를렌(1844~1896)은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이었습니다. 추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지만, 폴 베를렌은 간명하고 감각적인 시어를 구사한 뛰어난 시인이었습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우리 삶의 모습을 종려나무의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빗대고 있습니다. 푸른 잎사귀를 조용하게 일렁이고 있는, 지붕 위 종려나무에 빗대고 있습니다. 

폴 베를렌이 강조한 것은 ‘단순성’이었습니다. “기다림도 버린 단순함의 영광”이라고 썼고, “어린애처럼 단순한 마음으로”라고 써서 선함과 단순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보았습니다. 폴 베를렌을 생각할 때마다 “희망은 외양간의 지푸라기처럼 빛나는 것”이라고 쓴 그의 아름다운 시구가 떠오릅니다. 시인

[불교신문3244호/2016년10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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