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사’ 세계인의 마음 울리는 범종 만들기 위해 노력

그냥 종이 아니라 범종(梵鐘)이다.

범(梵)이란 우주만물이며 진리란 뜻으로 

바로 그런 소리를 내는 종을 범종이라 부른다.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직전에 산사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하고 은은한 종소리는 생명을 깨우고 머리를 식혀주며, 

마음을 맑게 하는 힘이 있다. 

범종은 신호로써 일반적인 종의 기능을 넘어 

소리를 통해 모든 생명과 중생을 제도하고 

번뇌를 지우는 성물(聖物)인 것이다. 

지난 10월20일부터 24일까지 중국에서 열린 샤먼불사용품전람회에서 종소리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성종사 부스. 작은 사진은 샤먼불사용품전람회에서 한국불교와 전통을 알린 한국관 모습.

에밀레종으로 대표되는 성스러운 범종을 탄생시킨 대한민국의 범종기술을 중국불교산업의 한복판에서 만났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를 앓아야 하는 시대다. 이미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세계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의 산업이 이제는 종교산업마저도 집어삼키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인사동, 아니 대한민국 전통문화유산의 산실인 사찰에서도 중국산을 만나는 것이 너무 익숙하다. 인사동에서, 한국의 사찰용품점에서 만나는 우리전통의 불교관련 용품보다 수천, 수만배 많은 상품을 만나고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 중국샤먼불사용품전람회다.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한국, 일본 등에서 불교의 이름으로 생산되는 제품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 불교산업 시장이다. 

“대한민국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원광식)인 아버지는 밀랍주조공법을 재현하여 대한민국 범종의 전통과 역사를 복원하셨다”며 부친의 뜻을 이어 한국 범종의 세계진출을 꾀하고 있는 원천수 이사는 “이제는 전통 복원을 넘어 현대적 계승을 통한 미래 전승은 우리세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세계화를 추진해왔고 10여년전부터 대만, 중국, 태국 등 불교문화권을 중심으로 성종사의 기술을 알리기 위해 각국의 유명사찰은 물론 불교관련 전시회를 찾아다닌 기억을 더듬는다. 무작정 해외 유명사찰을 찾아다녀 보고 각국의 불교관련 박람회에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참가도 해보고, 해외진출을 도와준다는 중간 거래상들에게 사기도 많이 당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만난 샤먼불교전람회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서 성종사를 알릴 수만 있다면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그동안 경험했던 어떤 공간보다 불교관련 세계최대시장으로 성장한 샤먼박람회에 집중했다고 한다. 

“6년 전 처음 샤먼불사용품전람회에 참가해서 한국범종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종일 종을 치는 것이었다”는 당시 성종사의 홍보방법에서, 종소리만큼은 어느 나라의 주조기술에 뒤지지 않는 한국의 범종주조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한 홍보와 샤먼불교전람회를 통한 집중 홍보가 결실을 맺은 것은 지난 2011년 대만 불광산사로부터 범종제작을 의뢰받았을 때다. “처음엔 꿈인가 싶었다. 작은 사찰도 아니고 대만불교를 대표하는 불광산사로부터 범종제작을 의뢰받았다는 것은 우리 기술이 훌륭하다고 백마디 말로 자랑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국땅에서 한국 종소리로 

관람객 발길 사로잡아…

우수한 주조기술과 

예술성에 극찬 이어져

 

한국종소리 닮아가는 

세계의 종 제작기술에 

맞서기 위해

전통의 복원 넘어 

세계인의 마음 울리는 

현대적 계승 필요

성종사가 한·중·일 범종양식을 혼합하여 제작한 대만불교를 대표하는 불광산사 불타기념관(佛陀紀念館)에 봉안된 범종.

그동안 해외전시회에서 종소리에는 감탄을 하면서도 ‘한국종’ 또는 ‘성종사’ 라는 낯선 이름으로 일본이나 대만에 밀리던 한국의 범종이 결국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성종사는 국내 범종 주조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사찰의 외형불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그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 먹고 살기 위해 많은 범종 생산업체들이 불상, 소품 등 제작물의 범위를 넓혔다. 그럼에도 성종사는 범종만을 바라봤다. 결국 2001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2005년에는 중기청 지원사업인 기술혁신 개발사업을 통해 대형범종 제작에 적합한 새로운 밀랍주조공법을 개발해 특허를 얻고 같은해 진천에 국내 최초의 종 박물관을 개관해 문화예술분야 ‘신지식인’으로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러나 명성과는 다르게 줄어든 국내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고 중단 없는 연구와 투자로 회사는 경영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때 한국범종의 우수성을 믿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급격히 줄어든 국내시장에 매달리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린지 10여년만에 대만 불광산사 납품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낸 것이다. 

대만 불광산사 범종 납품 이후 성종사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은 확연히 바뀌었다. 에밀레종을 탄생시킨 신라 범종의 기술력에는 현대과학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 주물기술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룬 한국범종의 진면목이 알려지면서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태국 대만 등 해외주문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샤먼박람회에도 성종사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대만 불광산사 범종 납품의 쾌거도 잠시 “그동안 종소리에 울림이 부족했던 해외 종들이 한국종만이 갖는 중저음의 울림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일명 ‘맥놀이’로 표현되는 끊길 듯 이어지는 우리종만의 장점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며 “작년과 올해 샤먼불교전람회에 참가한 중국과 대만 종업체의 소리가 한국범종의 음색을 닮아가고 있다”고 한다. 

막대한 자본력과 지원을 앞세운 중국의 기술력은 이제 단순히 베끼고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다. 그 업체가 갖고 있는 숨겨진 기술력까지도 짧은 시간에 따라잡는 중국시장과의 전투가 범종주조 시장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안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평생을 범종제작에 바친 아버지는 제대로 된 종소리의 울림은 사람의 심장 즉, 마음을 울린다고 하셨다”며 “이제 한국인의 마음을 울렸던 대한민국의 범종기술이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힌다. 

최근 성종사는 국보 제29호인 신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원, 재현하는 작업을 완수했다. 그동안 균열 등의 문제로 타종이 중단되었던 것을 경주시의 의뢰로 성종사가 재현해 낸 것이다. 범종 제작인에게 성덕대왕신종을 재현하는 것은 어쩌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과제가 아닐까.

당시 열악한 범종 주조환경을 딛고 이토록 아름다운 종소리를 탄생시킨 대한민국의 범종 기술로 세계인의 귀와 마음을 감동시킬 날을 조만간 기원해본다. 

[불교신문3244호/2016년10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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