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륜사 법념스님, 자수 기획展 

‘쓸모없어 버린 천’이 작품재료 

민들레, 무궁화, 쑥부쟁이까지

산사에서 만난 야생화 수놓아 

“꽃이 전해주는 진한 아름다움

깨달음의 미학 느껴보길 기대”

경주 흥륜사 법념스님이 오는 11월9일까지 부산 쿠무다 전시실에서 야생화 전시회를 연다. 사진은 법념스님이 자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부산 송정 해수욕장 해안가 쿠무다 복합문화공간에 자수로 표현한 야생화 40여 점이 꽃을 피웠다. 흔히 ‘괴색(愧色)’으로 불리는 회색의 천에 노란 민들레가 투박한 꽃을 피웠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면을 가득 채운 무궁화 꽃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품을 완성한 작가는 경주 흥륜사 법념스님. 10년 전, 늦은 나이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한 자수로 주목받고 있는 스님이 이번에 세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는 오는 11월9일까지 쿠무다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야생화 전시전, 꽃’. 모시, 광목 등 천에 자수와 천 조각을 잇댄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법념스님은 “쓰고 남은 천을 주 재료로, 야생화를 소재로 작품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부처님께서 평생을 입으신 옷은 분소의다. 즉, 사람들이 쓰다가 버린 천 조각을 덧대고 꿰매 입었다. 스님은 그 정신을 살려 ‘쓸모없어 버린 천’을 예술로 바꿔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바탕천이 흰색이거나 괴색이 많다. 때로 짙은 염색이 배인 천도 재료로 사용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여러 작품 가운데 4개의 화병에 꽂힌 쑥부쟁이꽃에 대해 스님은 이같이 설명했다. “이 꽃을 일본에서는 ‘미야코 와스레’라고 해요. 미야코는 수도, 서울을 말하고, 와스레는 잊었다는 뜻이지요. 꽃말은 그리움입니다. 화병에 각각 하나씩 담긴 쑥부쟁이꽃의 아픔, 그리움, 그런 것을 담아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부쟁이꽃이다. 꽃은 가지 어디쯤 잘려 화병에 꽂혔는데, 화병의 물이 들어찬 양이 저마다 다르다. 더 갖고, 덜 갖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물의 양은 다르지만, 그 안에 줄기를 대고 피어있는 꽃은 저마다 화사하다.

“산사에 살다보면 야생화를 자주 접합니다. 대부분 이름도 잘 모르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야생화에서 받는 느낌은 잘 가꾼 꽃에서 나오는 느낌과 달라요. 저 꽃은 모시 천에 수를 놨어요. 모시천은 수놓기가 매우 어려워요. 작은 모시 천 조각을 발견하고, 며칠 동안 어떤 것이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그에 맞는 야생화를 찾아냈어요.”

법념스님의 자수는 투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자수천 길이를 길게, 두텁게 사용했다. 때로는 아주 세심한 표현으로 야생화를 그리고 있다. 보랏빛 제비꽃은 뿌리까지 자수로 표현했다. 여린 꽃을 보면서 “이 꽃의 뿌리는 어떨까’ 궁금해졌다는 스님은 가냘픈 가지와 꽃만큼이나 여린 뿌리를 통해 ‘우리의 삶도 어쩌면 이렇게 얕은 뿌리를 바탕으로 지탱하는 것은 아니냐”고 질문을 던진다.

법념스님은 본인을 ‘늦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출가 후 선방에서 15년을 보내고, 50세의 나이에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여러 미술전시회를 찾았다가 특히 자수전에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자수를 시작한 것은 2006년, 10년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불교신문에 ‘향곡큰스님 수행일화' 연재를 시작하면서 문학관을 찾아 글쓰기 공부도 하고 있다. 스님의 세수는 72세다.

“저는 뭐든 늦었어요. 하지만 뭐든지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리하지 않고, 자연에서 받는 느낌대로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삶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유로운 삶이고, 참나를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불자들이 그렇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이번 전시회에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의 자수 작품을 모아 조만간 ‘큰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는 법념스님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야생화가 전해주는 아름다움과 의미, 그리고 깨달음의 미학을 느껴보기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243호/2016년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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