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

안직수 지음/ 도반

 

시 

부처님 말씀은 쉬운 비유

게송으로 구전된 가르침…

‘반야심경’ 단어를 풀어

연작시로 창작…총 54편

영어 번역도 함께 수록해

법회에서 반야심경을 암송하고 있는 사부대중. 안직수 기자의 시집 <무작>은 반야심경을 소재로 한 54편의 연작시가 실렸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신문 기자로 재직하면서 많은 스님, 불자들의 마음을 받았습니다. 어젠가 그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늘 생각하고 지내다가 대승불교의 진리가 담긴 <반야심경>을 시로 엮어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한 단어 한 단어 뜯어내 내용을 되새기면 한편 한편의 의미를 시로 풀었습니다.”

불교신문 기자이면서 꾸준하게 시를 쓰며 문인 활동을 하고 있는 본지 안직수 기자가 대승경전의 핵심이자 많은 불자들이 항상 독송하는 반야심경을 시로 풀어냈다. <무작(無作)>은 반야심경으로 창작한 시를 엮은 연작시다.

‘짓지 않는다’는 뜻의 제목을 뜻하는 무작이지만 저자는 19년 동안 불교신문 기자로 재직하면서 스님과 불자들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또 대승불교의 가르침과 반야심경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는 원력으로 시를 지었다. 이를 위해 반야심경 경구를 하나하나 해체해 총 54편의 글제를 뽑았다. 그리고 어렵고 난해한 시어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는, 친숙한 시어로 갈고 다듬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작업은 6개월 넘게 걸려서야 완성됐다. 지난한 작업을 거친 끝에 일상 속에서 전하는 반야심경 이야기가 담긴 시집 <무작>이 탄생하게 됐다.

또 초기불교가 널리 알려진 외국에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시를 영어로 번역해 함께 수록했다. 번역은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기업에서 활동했던 엄남미 작가가 맡았다. 엄남미 작가는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과 태국 아잔브람 스님을 찾기도 했으며, 다양한 외국인을 만나 시에 대한 반응을 듣고 감수를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엄남미 작가는 “번역 과정에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가끔 절에 가는 정도였는데, 반야심경을 번역하면서 불교의 가르침에 푹 빠졌다. 최근 다시 불교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야심경을 모티브로 창작한 시이지만 일상의 이야기로 담담하게 풀어 쓴 시들은 난해하지 않다. 작가가 풀이하는 ‘크다’는 뜻의 마하(摩訶)는 바로 ‘어머니 마음’이다. 어머니 마음보다 더 큰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주보다 더 크고 넓은 마하의 세계를 작가는 어머니 마음으로 보고 있다. ‘어머니 마음이 이만치 될까./ 퇴근시간 늦으면/ 바람에 삐거덕대는 대문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마음이/ ‘마하’만 할까.// 그 사랑, 우주보다 크다.’(‘마하’ 전문)

또 반야심경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구절을 각각 ‘글 쓰고, 생각을 말하는 나도/ 조용히 이파리 틔우며 여름 한철 자라는 너도/ 눈에 보이지 않는 네가지 물질로 나뉘어/ 흩어진다. 죽는다.’(‘색즉시공’ 중)와 ‘냇물에/ 나뭇잎 하나 띄워 놓고/ 저 멀리 떠나가는 모습을 보다가/ 다시 눈앞 냇물을 보니 / 그 물, 그대로다.’(‘공즉시색’ 전문)고 표현함으로써 모든 것은 공하고 형상은 일시적인 모습일 뿐 실체가 없다는 점을 비유적으로 풀어냈다.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반야심경 마지막 구절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그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시간/ 혼자 가는 길은 쓸쓸하고/ 혼자 먹는 밥은 텁텁하다.// 같이 가자. 함께 가자./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같이 갈 때/ 비로소, 비로소 행복하다.’(‘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전문)고 표현하면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길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저자 안직수 기자는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은 쉽고 다양한 비유를 통해 가르침을 전하고, 게송 형태로 암송돼 전달됐다. 이런 점에서 시는 어쩌면 경전을 해설하는데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반야심경은 종교적 믿음을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삶의 바른 방향과 철학을 내포하고 있어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그 뜻을 읽어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유한근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는 “<무작>은 시 창작의 지평을 넓힌 마중물이다. 사회나 개인의 삶을 시재로 하던 기존의 시 창작 영역을 반야심경 뿐 아니라 다양할 철학서로 옮겨갈 수 있는 초석을 놓은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반야심경을 시로 푼다는 작업만으로도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직수 기자는 1996년 월간 문학공간으로 등단했으며, 지난해 시집 <대화>를 펴낸 바 있다.

[불교신문3243호/2016년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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