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야심경 속 ‘空’과 반야에 깃든 의미를 말하다

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요코야마 코이츠 지음/ 민족사

 

유식사상 입장에서

반야심경의 공사상 

철저하게 해석·분석

마음존재 인정하는 유식과

空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인가

우리나라에서 <반야심경>만큼 불자들에게 친근하게 자주 독송되는 경전은 없다. 그러나 반야심경, 넓게는 그 바탕인 방대한 반야경에는 공(空)이나 반야(般若)와 같은 용어에 대한 상세한 논리적 해석은 없다. 이 책은 “오직(唯) 마음(識)이 있을 뿐이고, 외부세계의 대상(境)은 없다(無)”는 ‘유식무경(唯識無境)’의 입장, 이른바 유식사상에서 반야심경의 공사상을 철저히 해설한다. 

아울러 유식사상과 반야심경의 가르침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반야심경에서 ‘심(心)’에 해당하는 범어는 흔히 말하는 ‘심장’을 의미한다. 유식이란 우선 ‘식(識)’의 존재를 임시적으로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실천을 통해 식(識)을 변혁하여 ‘공(空)’에 이르고자 하는 사상이라 볼 수 있다. 마음의 존재를 인정하는 유식사상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공사상은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식에서 인정하는 마음도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식에서도 공사상처럼 마지막에는 마음마저 부정한다. 따라서 유식의 마지막 지향점은 반야심경에서 주장하는 공과 다르지 않다. 서로 방법론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유식의 경론이 요가수행을 강조한다는 전제로 요가, 팔식, 삼성 등의 유식사상의 새로운 용어와 한사람 각자가 하나의 우주라고 하는 ‘일인일우주(一人一宇宙)’, ‘생의 존재’ 등의 비교적 생소한 용어를 사용해서 반야심경을 해설한다. 

유식학파에서 강조하는 요가란 내용적으로는 ‘지관(止觀)’이다. 지(止)는 조용히 가라앉은 마음을 의미하고, 관(觀)이란 관하다, 즉 관찰하는 마음이다. “비유하자면 파도가 잠잠해진 물이 지의 마음이고 그 위에 둥근 달을 그대로 비추는 작용이 관의 마음이다. 우리들의 평상시 마음은 산란심, 이른바 어지러운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보아도, 무엇을 말해도 전부 틀린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나는 당신을 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당신의 모습 그 자체를 나는 결코 볼 수 없다. 이를 일인일우주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나’를 보고 있는 ‘당신’은 ‘나’라는 우주, 즉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영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식용어로 해석하면 ‘인인유식(人人唯識, 한사람의 세계는 각자의 잠재적인 근본심인 아뢰야식이 변화한 것)’이다. 다소 복잡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우선 이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그 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을 다른말로 하면 ‘어떻게 공을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저자는 “나와 내 주변에 펼쳐져 있는 존재 전체는 공이라고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 반야심경에서 설하는 가르침”이라며 “연기이기 때문에 공이고 무아라는 모든 불교의 가르침을 관통하는 슬로건을 우리의 현실에 적용함으로써 자타불이(自他不異)의 평등한 세계와 접하자”라고 제안한다. 나와 사물은 마음속에서 생각과 언어에 의해 만들어진 환영에 지나지 않음을 저자는 책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도쿄대서 인도철학 등을 전공한 저자 요코야마 코이츠(76) 교수는 연구와 수행을 병행하는 일본의 저명한 유식학자다. 책은 그가 지난 2000년 3월부터 2002년 4월까지 2년에 걸쳐 일본의 흥복사 불교문화강좌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불교신문3243호/2016년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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