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쥘 쉬페르비엘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
당신은 내 생각을 조금도 않지만
하지만 돌도 더위도 추위도
또한 당신도 막을 수는 없지
내 맘대로 내 속에서
마치 계절이 오가며
땅 위에 숲을 만들 듯
내가 당신을 부쉈다 다시 맞추는 것을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당신이 있는 곳에 이르려면 벽과 문을 지나가야 합니다. 견고하게 닫힌 곳과 느슨하게 열릴 준비가 되어 있는 곳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 통로를 통해 돌과 더위와 추위와 당신이 이쪽으로 오고 또 다시 돌아갑니다. 
그러나 이 오고 감이 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때때로 우리는 세 개의 벽과 두 개의 문 뒤에서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어느 날에는 만들고 또 어느 날에는 무너뜨립니다. 마치 네 계절이 오가면서 삭막하고 냉정한 땅 위에 부드럽고 너그러운 숲을 만들 듯이 말입니다. 마음이 하는 이 ‘무성한’ 일에 대해 오늘은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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