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3급 승가고시가 있었다. 법납 10년에 보는 승가고시로써 올해 치르는 승려가 286명이었다. 간만에 주관식 문제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현 조계종 승려들의 관심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3급 문제가 ‘선을 현대사회에 어떻게 활용하고, 회향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이었다. 또 교학 분야에서도 ‘사성제의 현대적 적용’이라고 하여 사성제를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용해 중생들의 고를 소멸케 해주느냐는 문제였다. 올해도 대략 비슷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수행과 하화중생, 대승사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 유출은 도덕적 문제인지라 언급할 수 없지만, 대략 ‘깨달음을 논하고, 어떻게 삶에 전개하고 반영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문제였다. 처음 문제를 보고, ‘왜 키워드가 없는가’를 염려했다. 깨달음을 초기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느냐? 북방불교 조사·간화선적인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간화선적 답안이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소납이 본 답안은 극소수이지만, 80% 이상이 초기불교적인 관점에서 답을 하고 있었다. 그 외 20%도 북방불교의 선적인 답은 없었다(분명히 밝히건대 전체가 아님). 어쨌든 다른 답안도 비슷한 성향이었다. 

조계종은 수행과 신행면에 다양한 방편설을 인정해야 하며, 간화선을 지향한다고 위빠사나 선자(禪者)를 비판할 수 없다. 하지만 뭔지 모르게 균형이 깨진 느낌이다. 선원수좌회에서 세계적인 한국선을 만들겠다고 간화선대법회, 명상센터 건립 등 동분서주한다. 또 동국대 종학연구소에서도 간화선 정립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조사·간화선적 정답이 극소수라는 점에 있어 10년간 승려교육의 부재인지, 학인들이 간화선에 매료되지 못해서인지는 단언키 어렵다. 

현 조계종은 선객과 중진급 스님들에 의해 간화선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20년, 조계종의 선은 어떤 색깔이 나올까? 현 승가교육과 조계종의 지향이 평행선이 아니라 쌍곡선에서 만날 수 있도록 고민해야 될 현안이라고 본다.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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