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사유의 영역 초월한다         

부처님의 중도ㆍ사성제 법문 들은

교진여 비롯한 다섯 수행자에게

때 묻지 않은 진리의 눈이 생겨나

<마하박가(律藏大品)>에는 부처님께서 성도 직후 보리수 아래 앉아서 해탈의 지복을 누리셨는데, 초야에는 연기법의 순관과 역관에 대하여 정신활동을 기울였다고 나온다. 그 후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 자리를 옮기셨을 때, 이런 사념이 일어났다고 전한다.

“내가 깨달은 이 진리는 심오하고,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렵고, 고요하고, 탁월하고, 사유의 영역을 초월하고, 극히 미묘하기 때문에 슬기로운 자들에게만 알려지는 것이다.”

진리란 쉽게 이해되는 것이 아니므로 가르쳐도 일반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피곤과 곤경만 쌓일 것으로 부처님께서 내다보시고, 차라리 진리를 설하지 않고 그냥 있기로 마음을 정하셨다고 전한다. 

부처님께서 진리를 설하지 않기로 마음먹자, 범천이 나타나서 세상에는 마음이 깨끗해서 가르침을 듣고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자도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설법에 나서시도록 여러 번 권청했고, 마침내 부처님께서도 중생에 대한 자비심 때문에 “어떤 무리의 청련화, 홍련화, 백련화는 물속에서 생겨나 물속에서 자라서 수면을 벗어나 물에 젖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불사(不死)의 문은 열렸다!”고 선언하며 법륜을 굴리기 시작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누가 이 가르침을 신속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제일 먼저 출가 후 만난 첫 스승이었던 알라라 깔라마를 떠올리셨다. 그러나 그는 이미 7일 전에 타계하고 난 후였다. 이어 두 번째 스승이었던 웃다까 라마뿟따를 떠올렸지만 그 역시 지난밤에 타계한 후였다. 그래서 같이 고행하던 다섯 명의 수행자를 떠올리고 그들이 있던 바라나시로 가셨던 것이다. 

다섯 수행자는 오히려 부처님을 정진을 포기한 자라고 무시하여 인사도 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정진하던 비구들이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불사(不死)가 성취되었다”고 선언하며, “내가 가르친 대로 그대로 실천하면, 머지않아 훌륭한 가문의 자제로서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한 그 목적인 위없는 청정한 삶의 완성을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알고 깨닫고 성취하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다섯 수행자의 마음을 일으키셨다. 

그리고 <마하박가>에는 부처님께서 ‘중도’와 ‘사성제’를 설하시는 것을 듣고 교진여를 시작으로 다섯 수행자에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진리의 눈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부처님이 보시기에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조금밖에 오염되지 않은 중생’이었기 때문에 선택되었고, 부처님의 고구정녕한 설법을 듣고 빨리 깨달은 것이다. 다섯 수행자가 진리를 깨닫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은 이유는 첫째 부처님의 위신력 덕분이고, 둘째 그들이 이미 ‘눈에 티끌이 거의 없는 중생’ 즉 특별한 상근기였기 때문이다. 이때 교진여는 ‘궁극적인 앎을 얻은 교진여’라는 뜻인 ‘앙냐 교진여’라는 이름을 얻고 “진리를 보고, 진리를 얻고, 진리를 알고, 진리에 깨우쳐 들어가, 의심을 뛰어넘고 의혹을 제거하고, 두려움 없음을 얻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승의 가르침을 신뢰”하여 부처님께 청하여 구족계를 받았다고 전한다. 

<마하박가>를 깊이 들여다본다면, 단기간에 수십 명이 깨달은 것이야말로 ‘돈교법문’을 증명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인사(天人師)로서 명안종사(明眼宗師)인 부처님의 위신력에 ‘이미 수면 위로 솟아나서 물에 젖지 않는 연꽃 같은’ 상근기 수행자들의 수승한 마음이 계합하여 줄탁동시의 기연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보다 도리에 맞는 해석이 아닐까?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쉼 없이 인연있는 이들을 깨닫게 해주신 바,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육조단경>의 ‘유통부촉품’에도 육조혜능스님의 문하에서 “종지를 얻어 법을 이은 제자는 43인이었고, 도를 깨쳐 범부의 자리를 넘어선 자는 그 수를 알 수 없다”고 증명하고 있다.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수불스님 안국선원 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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