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는 즉시 발로참회해 늘 청정성 유지해야         

바라이 등은 참회과정 엄격하나 

대부분 기준에 맞게 참회하면 

청정비구 자격 유지할 수 있어 

승보(僧寶)로서 갖추어야 할 자격기준 가운데 첫째는 구족계를 받아야 하고 계체가 훼손되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한다. 이때 받아야 하는 구족계의 계목이 비구의 경우 250가지가 있고, 비구니의 경우 348가지가 있다. 이는 한국불교에서 소의율장으로 존중하는 <사분율장>을 근거로 한 것이다. 북전(北傳) 오부율장과 남전율장의 계목이 숫자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는데, 이는 기후나 풍토가 다름으로 인해 발생되는 수행여건의 차이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비구 스님이 받아야 하는 250가지 계목의 경우 바라이·승가바시사·이부정·니살기바일제·바일제·바라제제사니·백중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바라이의 경우 4가지의 계목이 있는데 이 계목을 범할 경우에 수계를 하면서 만들어진 계체가 깨어져 버리기 때문에 수계를 하면서 만들어진 비구의 신분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회법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사형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 범계(犯戒)로 인해서 비구의 생명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계체가 소멸되어 버리는 계를 성계(性戒)라고 한다. 나머지 251가지의 계목은 차계(遮戒)라고 하는데 성계를 범해서 계체가 훼손되는 것을 막아주는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라이 다음으로 그 벌칙이 엄하고 무거운 것이 승가바시사이다. 이를 승잔(僧殘)이라 하기도 하는데 비구승으로서의 목숨만 남아있고 그 밖의 모든 권한이 정지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님의 목숨만이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승잔은 총13가지의 계목이 있으며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참회를 하고 참회에 대한 20인 이상의 승가에서 출죄갈마를 해주면 다시 박탈당했던 모든 권한을 회복하게 된다. 출죄갈마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쉽게 마련되지 않는 경우에 무기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법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엄한 벌칙조항이 니살기바일제와 바일제 부분이다. 이를 한문으로는 ‘타(墮)’라고 하는데 참회하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니살기바일제는 ‘사타(捨墮)’라고 하고 바일제는 ‘단타(單墮)’라고 한다. 사타는 30가지 계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정하게 취한 소득물을 대중에 내놓으면서 참회를 하고 대중이 이 참회를 받아주면 참회가 이루어진다. 이때 내놓은 물건이 옷이나 기타생활용품일 경우 참회를 한 사람에게 바로 돌려주게 되는데 발우나 돈, 귀금속일 경우는 그 처리과정이 차이가 있다.

발우는 대중이 내놓으면 현전승가 가운데 가장 좌차가 높은 스님부터 스스로 쓰고 있던 헌 발우를 내놓고 대중에 내놓은 새 발우를 사용할 권한이 주어진다. 이렇게 해서 좌차가 가장 낮은 스님의 선택이 끝나면 계를 범한 스님은 가장 낮은 좌차의 스님이 내놓은 발우를 사용해야 한다. 돈이나 귀금속은 또 다르게 처리하는데 비구가 돈을 소지해서 문제가 될 경우에는 정해진 장소에 버리게 하고 이를 정인이 가지고 가서 대중이 필요로 하는 물건과 바꾸어 오면 대중이 나누어 쓰게 되며 계를 범한 당사자는 사용할 권한이 없다. 단타는 90가지의 계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3인 이상의 대중에게 참회하면 참회가 이루어지고 청정성을 회복하게 되며, 바라제제사니와 백중학의 경우에는 한 사람에게만 참회해도 참회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목과 그 범계에 대한 참회가 참으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라이와 승잔은 엄한 벌칙과 복잡한 참회과정을 두고 있으나 나머지의 경우에는 참회하는 방법이나 참회조건이 어렵지 않으며, 스스로 범한 것을 자각한 즉시 기준에 맞게 참회하면 범계에 대한 참회가 이루어지고 청정비구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범계사항에 대하여 감추고 지내는 일을 복장(覆藏)이라고 하는데 복장하지 않고 바로 발로참회를 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도들도 계율공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범계조건을 분명히 알아서 여법한 참회를 함으로써 늘 청정성을 잃지 않는 비구·비구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법하고 청정한 한 사람의 비구가 무량한 아라한보다 수승하다고 강조하신 부처님의 말씀처럼 청정성의 유지는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덕문스님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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