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하는 관계 되고픈데…”

안녕하세요. 현재 질문자님께서 많이 좋아하시는 남자친구분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 같아 두려워하시는군요. 그래서 두 분의 관계를 좋게 회복하고자 질문자님께서는 많은 노력을 하시는데, 그 노력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고 속상하게 느끼시는군요.

특히 질문자님이 속상하고 섭섭하게 느끼시는 부분은, 질문자님은 남자친구분에게 더 다가가고자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시는데, 오히려 질문자님이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남자친구분과는 더 멀어지는 결과가 되는 것 같이 느끼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한번 이러한 얘기를 전해보고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떠한 마음을 전하고자 할 때, 실제로 전해지는 것은 그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마음의 의도라고 한다면 이러한 얘기는 어떻게 들리시나요?

질문자님이 근래 남자친구분에게 많은 애정표현을 하게 되신 핵심적인 이유는 남자친구분의 멀어짐을 경험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즉, 멀어진다는 경험이 주는 두려움에 쫓겼던 까닭에, 애정표현을 함으로써 그 두려움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죠. 이 얘기는, 질문자님이 애정표현이라는 형태로 전할 의도를 가졌던 마음은 바로 멀어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친구분이 실제로 전달받게 된 것은 애정표현을 통한 친밀감이 아니라, 오히려 멀어짐이었던 것이죠.

따라서 남자친구분은 질문자님의 애정표현을 계속 피하고 거부하셨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남자친구분이 실제로 거부한 것 또한 질문자님의 표현이 아니라 바로 의도입니다. 즉, 남자친구분은 멀어짐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분 또한 질문자님과 멀어지고 싶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남자친구분은 질문자님의 애정표현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질문자님과의 멀어짐을 거부한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남자친구분 또한 질문자님만큼이나 질문자님과 멀어지는 현실이 싫은 것입니다. 어쩌면, 멀어짐을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있었기에 그 멀어짐에 대해 무언가를 더 해보고자 했던 질문자님보다 더 취약하게, 남자친구분은 아예 멀어짐 자체를 조금이라도 의식하는 일이 더 두려우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계속 질문자님으로부터 멀어짐에 대한 두려움의 의도를 계속 전달받으니, 남자친구분은 피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죠.

다시 확인해보세요. 남자친구분은 멀어지려고 질문자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기 싫어서 피하는 것입니다. 두 분이 공유하고 있는 마음의 현실은 같습니다. 그리고 두 분 중 그 누구도 멀어지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멀어지는 두려움을 상쇄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애정표현이라는 간접적인 형태보다는, 질문자님이 현재 멀어짐을 경험하고 있었고, 남자친구분과 멀어지는 게 너무나 두려웠으며, 남자친구분과 결코 멀어지고 싶지 않다는 의도를 정직하게 고백해보세요.

아주 단순하게, 멀어짐이 있어야 우리는 정말로 친밀해질 수 있습니다. 서로 간에 멀어짐이 먼저 정확하게 확인되어야, 그 멀어짐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 움직임을 꽃피워낼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 움직임이 자아내는 향기를 우리는 친밀감이라고 부릅니다.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임인구 실존상담연구소장 삽화=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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