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대한체육회장 당선’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지난 14일  중앙신도회 회의실에서 만난 이기흥 회장. 그는 “대한체육회장으로서 통합과 포용에 최선을 다하면서 불교계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4일  중앙신도회 회의실에서 만난 이기흥 회장. 그는 “대한체육회장으로서 통합과 포용에 최선을 다하면서 불교계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명실상부한 ‘체육대통령’ 취임
“개인 아닌 불자들의 결실” 

체육회 재정자립·일자리 창출
“한국 스포츠 중흥에 기여할 것” 

행복바라미·교구신도회 완성
종단 외호할 기틀 마련 ‘성과’

부처님이 2번 살려준 목숨
열정적인 신행활동으로 보답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 제40대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됐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892표 가운데 최다인 294표를 얻어 당선됐다. 

지난 3월 엘리트체육을 관장했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이끈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이후 첫 회장으로 2021년 2월까지 대한체육회를 이끈다. 올림픽 등 국내외 대회에 참가하는 94개 아마추어 체육단체를 총괄하고 5000억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매머드급’ 단체의 수장이다. 

선거운동기간만 해도 언론에서 주요 후보군으로 분류되지 않았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 쾌거라는 목소리가 많다. 대학 총장과 금메달리스트 등 유명인사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인지도에선 밀렸으나 신뢰도에선 앞선 모양이다. 정작 당사자인 이 회장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선거인단은 ‘인간 이기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었기에 당선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체육계와는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비인기종목이던 대한카누연맹,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연이어 맡아 관심과 지원을 끌어냈다. 체육을 매개로 한 불교계 인적 네트워크 확산에도 기여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제안으로 3년여 간 직접 전국을 순회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아 체육인불자연합회를 창립했다. 올림픽공원 법당과 태릉선수촌 법당 개원에도 그의 땀이 배어있다. 

체육인불자연합회 창립을 계기로 전 포교원장 혜총스님에게 ‘보승(寶勝)’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대한체육회장 당선은 단순히 개인의 영광을 넘어 불교계가 육성한 대표적인 인재가 만들어낸 결실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 14일 조계종 전법회관 중앙신도회 회의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오는 11월1일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취임식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저녁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의 간담회가 잡혀 있었다.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이른바 ‘체육대통령’으로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그에게서 소감과 원력을 들었다. 

- 제40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불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뜻밖의 개가를 올렸다며 격찬하는 분위기다. 

“전국의 스님들과 불자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한다. 늘 하심(下心)하고 솔선수범하며 살자는 인생관이 선거인단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간 것 같다.”

- 가처분소송까지 가면서 후보자 지위를 인정받는 등 어느 후보보다 힘들게 선거를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인지도에서 밀려 언론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고작 1주일이나 열흘의 선거운동기간으로 선택받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선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간 내가 걸어온 삶에 대해 평가받은 것이라 여긴다. 기자들은 몰랐어도 체육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20년 가까운 세월 체육계에 몸담으면서 한국 스포츠 전반과 고락을 함께 했고 인맥을 두텁게 쌓았다.”

- 대한체육회장에 출마하면서 여러 가지 공약을 내놓았다.

“대한체육회의 재정자립과 체육인의 일자리 창출, 스포츠 의·과학 도입을 통한 경기력 향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발전적 미래를 위한 과제를 도출해내겠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을 하나로 녹여내겠다. 두 단체의 물리적 통합 과정에서 현실에 맞지 않았던 부분은 재정비하고 모두가 함께 하는 조화로운 통합체육회 100년을 설계하겠다.” 

대한체육회장 당선은 지난 6월 중앙신도회장 재임에 이은 두 번째 경사다. 중앙신도회는 지난 6월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대의원총회를 열고 제26대 회장에 단독 입후보한 이기흥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불교계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행복바라미 문화대축전’ 정착과 전국 24개 교구 신도회 완성 등의 성과에 신도임원들은 그를 전폭적으로 재신임했다. 

특히 지난 5월18일부터 8월11일까지 300곳의 교구본말사를 순회하는 대장정을 회향하며 귀감이 됐다. 많게는 하루에만 10곳의 절을 찾는 강행군. 신도현황을 파악하고, 중앙신도회의 모연행사인 ‘행복바라미’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길이었다. 

출장일수는 78일, 총 이동거리는 4만2517km, 1일 평균 545km를 움직였다. 방문하는 사찰마다 신도회는 있는지 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꼼꼼히 조사했다. 주지 스님들의 건의도 경청했다. 현장의 의견을 모으니 노트 10권 분량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포교원장 지홍스님도 열정적인 신행활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2012년 중앙신도회장 취임 이후 재가불자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제25대 집행부의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는 종단 전 교구에 신도회를 결성했다는 것이다. 종도(宗徒)로서 교단을 본격적으로 외호하고 공양하는 기틀을 조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구 내부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신도회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신도회 구성원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교구 본ㆍ말사 신도회의 활성화와 지속적인 신도교육과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행복바라미’는 중앙신도회의 이름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제 완연히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된다. 기부문화를 장려하고 불교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려온 행복바라미 축전은 불자들의 자랑이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과 가정의 달을 맞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유명 연예인들과 스포츠스타들도 마음을 선뜻 내주어 보다 대중적인 행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본다. 각종 전통문화공연과 체험프로그램으로 시민과 외국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점도 고무적이다.”

이기흥 회장이 불교와 종단을 위해 발 벗고 뛰는 데에는 사연이 있다. 부처님이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네 살 때 장티푸스를 심하게 앓았다. 동네 어른들은 “병원에서도 손을 놓았는데 어차피 죽을 거 절에라도 한번 보내자”고 뜻을 모았다. 이렇게 불교와 인연이 닿았고 어머니의 지극한 기도 덕분에 기사회생했다. 고비는 한 번 더 있었다. 사업가로서 혈기왕성하게 보내던 40대 시절, 과로와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가 왔다. 괴산 공림사를 소개받아 그 곳에서 수행하면서 결국 기력을 되찾았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불교발전에 헌신하는 참된 불제자가 되자”는 서원을 세우던 순간이다. “부처님이 말씀한 중도(中道)란 중간이 아니라 ‘포용’입니다. 지금까지 사람 중요한 줄 알면서 살아왔듯, 모두를 두루 아끼고 받들면서 불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겠습니다.”
 

지난 5일 개최된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선직후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기흥 회장. 오는 2021년 2월까지 국내 스포츠를 대표하는 수장으로 일한다.사진제공=조계종 중앙신도회

이기흥(李起興) 회장은…
195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법명은 보승(寶勝). 재적사찰은 괴산 공림사. 공군에서 군종병으로 근무하며 만기전역했다. 제37대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대한수영연맹 회장,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10월 체육인불자연합회를 결성하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2009년 중앙신도회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제25대 회장을 맡았으며 다시 26대 회장으로 나섰다. 2004년 (재)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을 설립해 매년 젊은이들에게 거액의 장학금을 쾌척하고 있다. 2011년 조계종 불자대상을 수상했다.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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