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없이 올리는 정성스런 선물    

육법공양 올릴 수 있는 것도 선근공덕 덕분

드리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뭐가 문제될까 

지난 9월28일, 우리 사회는 아주 큰 변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라고 하는 법이 시행되는데 제안자의 이름을 딴 일명 ‘김영란법’으로 더 유명합니다. 이 법의 시행으로 무엇보다 공무원 사회가 긴장을 하는 것 같고, 그리고 보통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성의를 표하려다가도 ‘혹시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건 아닐까’하며 주저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빈손’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빈손으로 누군가의 집을 찾아가는 것을 결례라고 생각하고, 고향집에 찾아갈 때면 양손에 선물을 나눠 들고 가고, 고향집을 떠나올 때면 늙은 어머니는 ‘잘 먹지 않는다’고 말려도 양손에 먹을 것을 바리바리 들려줍니다. 그저 줄 수 있어서 뿌듯했고, 받아줘서 고마워했던 것이 우리네 인심이었건만 어쩌다 이런 인정이 뇌물과 관행으로 얼룩지게 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선물이란 것은 주는 사람 마음입니다. 그저 고맙고 기쁘고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에 뭐라도 내밀고 싶은 마음에서 준비하는 것이 선물입니다. 선물을 했으니 뭘 달라고 요구한다면 뇌물입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 담긴 것이고, 뇌물은 받는 사람의 입김에 의한 것입니다. 

느닷없이 ‘김영란법’을 말하는 이유는 <대지도론> 제30권에 접어들면 ‘공양’이란 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공양이란 부처님께 무엇인가를 올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중생이 부처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향 등 꽃 차 쌀 과일의 여섯가지를 대표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6법공양이란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을 존경해마지 않아서 그 마음을 어떻게라도 표현하고 싶은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공양올릴 수 없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수마제보살이 첫 번째 경우입니다. 연등부처님을 직접 뵈었는데 공양올릴 거리가 없었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공양거리를 찾고 있다가 여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꽃을 사서 올리게 되었지요. 수마제보살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몸이고, 이 여인이 야소다라의 전생 몸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살타파륜보살이란 분도 있습니다. 반야부 계통의 경전인 <팔천송반야바라밀다경>에 등장하는데, 이 보살도 한 줄기 법을 듣기 위해 선지식을 찾아다니다가 담무갈보살을 만났지만 공양올릴 거리를 준비할 수 없어서 슬픔에 빠집니다. 늘 어디에 스승이 계신지 알 수 없어 눈물을 흘리고, 스승님께 나아갈 때 공양올릴 것이 마땅찮아서 눈물을 흘렸는데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했나 봅니다. 보살의 이름 가운데 ‘살타’는 ‘언제나’, ‘파륜’은 ‘울다’라는 뜻이어서, 언제나 우는 보살이라 하여 상제(常啼) 또는 늘 슬퍼하는 보살이라 하여 상비(常悲)라고 의역합니다. 

부처님 또는 훌륭한 스승을 뵀을 때 선물을 올릴 것이 마땅치 않아 이처럼 크게 슬픔에 잠기는 것을 <대지도론> 제30권에서는 “마음에 걸림이 생겼다”라고 표현합니다. 마치 “농부가 질 좋은 밭을 만났지만 씨앗이 없다면, 공을 들이고 싶은데도 그럴 수가 없어 상심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지은 선업이 무르익으면 그 과보로 어떻게 해서라도 공양올릴 물건을 마련하게 되니 이것을 가리켜 ‘선근으로 공양 올린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까 여섯가지 물건을 부처님께 올리고 싶을 때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선근으로 지은 업의 인연 덕분이요, 선근이 잘 무르익은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이처럼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드리고 싶은 마음에 올리는 정성스런 선물입니다. 이런 공양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게 틀림없습니다. 세상이 이렇게만 선물을 주고받는다면 대체 뭐가 문제일지요.

[불교신문3241호/2016년10월19일자] 
 

이미령 전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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