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ㆍ무욕 실천의 상징        

장삼 위에 걸쳐 입는 법의 ‘가사’

버린 옷 죽은사람 옷 낡은 옷 등

천 조각을 꿰매어 만든 ‘분소의’

세 벌이 기본…용도에 따라 착용 

날이 쌀쌀해지면서 옷차림이 두터워지는 요즘이다. 그러나 계절이 달라져도 무소유와 무욕을 실천하는 스님들의 옷차림은 사시사철 변치 않는다. 일반적으로 승복이라 하면 회색의 장삼을 떠올리는 것이 먼저인데 이 장삼 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를 가리켜 가사라 한다. 가사의 색과 형태 등은 종파와 법계에 따라 엄격한 규정이 있는데, 구족계를 수지한 조계종 스님들은 갈색에 가까운 ‘괴색(愧色)’의 가사를 걸쳐 입는다. 

가사란 산스크리트어 ‘카사야(Kasaya)’에서 나온 말이다. 옛 인도에서는 사냥꾼 등이 입던 누더기 옷을 가사야라고 불렀으며 이는 바르지 못한 색, 물들인 색, 탁한 색, 괴색 등을 뜻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수행자의 옷이 화려함을 갖추는 것을 경계하며 5가지 색인 청ㆍ적ㆍ황ㆍ흑ㆍ백을 피하고 잡색인 괴색으로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초기 교단에서 수행자들은 검소하게 생활함으로써 탐심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남들이 입다가 버린 옷을 주워 깨끗이 세탁해 ‘분소의(糞掃衣)’라는 누더기 옷을 만들어 입었다. 때문에 가사는 버린 옷, 죽은 사람의 옷, 낡은 옷 등의 천 조각을 모아 꿰매어 만들며 양 끝을 겹으로 해 사방으로 통하는 문을 내어 막힘이 없어야 한다.

<사분율>에는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가사를 만들도록 한 모습이 나온다. 아난이 밭두렁을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조각천을 기워 가사를 만들어 보이자 부처님께서는 “오늘부터 스님들이 필수적으로 지녀야 하는 대의(大衣)인 승가리, 상의(上衣)인 울다라승, 내의(內衣)인 안타회 등 세 벌의 옷은 모두 조각천을 기워서 만들어야 한다”고 칭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 벌의 가사를 삼의(三衣)라 한다. 승가리는 거리에 나갈 때 입는 9조(條) 내지 25조로 된 가사이고, 울다라승은 강의를 듣거나 포살 등을 행할 때 입는 7조로 된 가사이며, 안타회는 일상적인 작업이나 잠잘 때 입는 5조로 된 가사이다. 

[불교신문3241호/2016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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