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총림 동화사 율주  지운스님 

부처님 가르침 핵심 ‘연기법’

모르고 착각해 잘못 저질러

기도하면 복 지을 수 있지만

자신의 죄업은 없앨 수 없어 

매일 명상하며 죄 성품 보고 

포살, 참회로 자신 용서해야 

지운스님은 “우리가 죄를 짓는 것도 이 연기법을 모르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다시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착각과 왜곡으로 허망함이 생기고 이로 인해 죄를 짓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김규칠)은 지난 9월28일 서울 다보빌딩 3층 대법당에서 팔공총림 동화사 율주 지운스님을 법사로 9월 다보법회를 봉행했다. 지운스님은 이날 법문을 통해 “내가 저지른 잘못이 마음에 저장돼 현재의 삶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기도만으로 업장소멸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자신을 용서하는 명상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운스님의 법문을 요약 정리했다.

오늘 법문 주제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용서하는 명상이다. 우리 주위에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그것이 잘못인줄 모르고 산다. 이런 것들이 마음에 잠재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마음은 보고 들은 정보를 저장한다. 특히 자신의 양심에 반한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더욱 충격적일 것이다. 쉽게 말해 몸에 상처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자. 

상처를 입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 치료과정은 매우 길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상처를 입는 순간은 한순간이지만 마음이 치유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일상을 살면 하는 일마다 안되고 짜증스럽고 분노를 조절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내 마음 깊숙하게 그림자가 있다. 즉 트라우마(trauma)다. 이것이 자리잡아 끊임없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힘든 것이다. 만약 잘 살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잘 안된다면 자신의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 

집에서 수시로 한 번씩 돌아보며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주는 삶을 산다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불교에서 이를 참회법(懺悔法)이라고 부른다. 부처님 가르침은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이야기 한다. 계는 도덕성, 정은 마음의 고정, 혜는 지혜다. 도덕성을 바탕으로 집중명상을 하게 되면 번뇌와 망상이 줄어든다. 번뇌의 고리를 완전히 잘라내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실천도 계정혜, 삼학이다. 8만4000의 법문을 석자로 얘기하면 삼학이고, 수행하는 것도 삼학이다. 

요즘 사찰에서 행하는 초하루 법회는 기도법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부처님 당시에는 과연 법회에서 기도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는 기도라는 것이 없었다. 당시는 스님들이 포살을 했다. 포살은 ‘작법참회법’이다. 삼학 가운데 계에 해당한다. 스님들이 포살할 때 재가자들이 절에 오곤 했다. 그때 부처님이 재가자들을 위해 법회를 열고 법문했고, 그 전통이 기도법회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법문은 거의 없고 기도만 한다. 

기도만 하는 법회는 법회가 아니고 불교도 아니다. 법문이 없는데 무슨 법회라고 할 수 있는가. 기도만으로는 부처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열심히 기도하면 복을 지을 수 있지만, 자신의 죄업은 없앨 수 없다. 기도로 업장 소멸한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다. 죄는 무명에서 비롯된다. 진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에서 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죄를 없애려면 진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기도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은 바로 연기법에 있다. 이것이 불교의 진리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도 이 연기법을 모르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착각과 왜곡으로 허망함이 생기고 이로 인해 죄를 짓게 된다. 

또 하나의 참회법이 관상참회다. 상상 속에서 참회하는 방법이다.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요즘은 상상을 많이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이라크 파병 미군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기도 한다. 다만 부처님 관상법은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기능 가운데 상상하는 기능을 활용한다. 부처님을 떠올려 부처님께 참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실상참회가 있다. 진리를 바로 파악해서 참회하는 방법이다. 죄는 번뇌에서 일어난다. 또한 번뇌는 진실을 잘 모르는데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은 다른 말로 진리다. 불교의 진리를 먼저 파악하면 살아오면서 자기 잘못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부처님 깨달음은 연기법이다. 상호의존성이다. 모두 의존해서 살기 때문에 실체성이 없다.

이것이 중요하다. 불교가 다른종교나 사상과 다른점은 바로 이 참회법을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간단히 얘기해보면 내가 지은 죄업은 내가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을 모르니 잘못을 저질러도 자기를 용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니 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든 존재가 실체가 없다고 알게 되면 무엇이 떠오를까. 그런 관성이 일어나면 내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간단한 방법이다. 이것이 실상참회다. 

예컨대 길을 가다가 멀리서 안면이 있는 듯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아무개야”라고 불렀는데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런 착각은 왜 일어날까. 착각이 일어나는 원인은 마음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보고 듣고 하는 것은 그 정보가 마음에 저장된다. 마음은 녹음기, 비디오와 같다. 하지만 녹음, 촬영하는 순간 왜곡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내가 사물을 인식하는 순간 내가 대상을 만드는데 있다. 우리는 대상이 나의 밖에 따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는 진실이 아니다. 

그런데 마음이 만드는 것, ‘환영, 꿈과 같구나’하고 깨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를 망각하고 나의 대상 밖에 존재한다고 여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상을 가지려고 하니까 탐욕이 생기고, 갖지 못하면 분노가 생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땅, 공기,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우리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잘못된 생각이 잘못을 저지른다.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이 아니다. 우리 불자들은 사리분별을 잘해야 한다. 그것이 지혜다. 이를 잘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이고 잘 모르는 것을 무지하다, 어리석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러면 죄를 소멸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다. 내가 잘 모르고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되면 저지를 잘못이 아무것도 없다. 

이와 더불어 실상참회에서는 죄를 짓는 것 자체가 실체가 없다. 상호 의존해 분리되지 않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데서 잘못이 비롯된다. 즉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내는 순간 죄를 짓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잘못을 저지르는 순간 그 잘못의 자체 성품,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스스로’라는 것은 없다. 부모 없이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성품은 애당초 없는 것이다. 무엇이 생기는 것은 반드시 원인과 조건이 만나 이뤄진다. 번뇌도 마찬가지다. 번뇌 자체는 자성이 없다. 이를 알면 잘못이 생기는 순간 내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범부들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날마다 명상을 하면서 죄의 성품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야 한다. 포살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전에 지은 죄가 소멸해 지는 것이다. 기도만으로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보살계를 받은 재가불자들도 포살에 참여해야 한다. 혼자서 참회하고 싶으면 ‘108참회’도 추천한다. 

마음의 본성은 청정하기 때문에 죄가 없다. 여러분들이 온갖 나쁜 짓을 하더라도 여러분의 마음은 청정하다. 이는 생멸하지 않는 것이다. 마음의 본성을 모르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이다. 내가 저지른 잘못을 지금 당장은 잊은 것 같아도 내 마음에 저장돼 현재의 삶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혹시 집안에 일이 잘 안 풀리면 내 안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 살펴봐라. 그리고 포살에 참여하거나 독송, 관상참회를 한다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죄업이 없어질 것이다. 기도만으로 큰 도움이 잘 되지 않는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기도가 아니라 자신을 용서하는 명상법으로 치유된다. 

■  지운스님은…

대강백 운성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잇고 조계총림 송광사와 팔공총림 동화사 승가대 학장, 조계종 행자교육원 교수사, 기본선원 교선사를 역임했다. 경북 성주에 보리마을 자비선 명상원을 설립해 선원장으로 수행지도에 나서고 있는 스님은 현재 동화사 율주, 조계종 단일계단 위원 및 교수, 사단법인 한국차명상협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불교신문3241호/2016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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