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

켄포 소달지 지음신노을 옮김 원정 감수/ 담앤북스

최근 ‘마음’ 관련 번역서들이 다수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바탕은 불교 교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위빠사나 중심에서 벗어나 선을 기반으로 한 ‘안심법’이 많은 점이 최근 명상관련 서적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는 티베트 스님이 주인공이다. 주제는 선(禪)이다. 티베트 불교의 ‘바이블’격인 <입보리행론>을 기반으로 ‘능엄경’ ‘육조단경’ 등 대승의 선서들까지 인용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자들에게 아주 친숙한 내용이다. 

‘티베트판’ 법륜스님 즉문즉설

사랑과 부, 욕망 등 일상 갈등

禪 가르침 입각 번뇌근원 깨쳐

일반 출판사라면 남방이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일본 책을 집어들었을지 모른다. 한국불자들에게 친숙한 대승, 선 관련서이면서 보통 사람들이 고민하는 생활을 끄집어낸 것은 불교전문 출판사의 안목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티베트 판 법륜스님’이다. 부(富), 사랑, 과학기술, 스트레스, 환경, 용서, 화, 행복 등 일상적인 주제에 관해 스님이 법문하고 질문에 답하는 식이다. 

법사가 티베트 스님이라는 사실만 감추면 한국의 어느 스님의 말씀이라 해도 다르지 않을 내용이다. 가령, 선에 대해 스님은 육조단경의 내용을 끌어온다. 혜능은 “밖으로는 상(相)을 떠나고 안으로는 혼란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선”이라고 했고, 능엄경에서는 “망상을 멈추고 마음을 쉬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고 했다. 대승과 선을 인용하여 설명하는 방식은 한국의 불자들에게 아주 친숙하고 받아들이기 쉽다. 한국의 스님들이 대부분 그렇게 신도들에게 법문하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어느 법당에서 ‘큰스님’의 법문을 듣는 듯 편안하게 읽힌다. 

그런데 구체적인 예와 논리의 전개는 한국의 ‘큰스님’ 법문과 많이 다르다. 신도들이 가정 직장에서 느끼는 구체적인 갈등과 부 사랑 욕망 같은 얼핏 보기에 불교의 가치와 상충되는 인간 감정과의 조화를 설득력있게 불교교리에 적확하게 설명하는 스님이 얼마나 될까 반문하면 이 좋은 법문이 번역서라는 사실이 몹시 씁쓸하다. 

책의 첫머리는 선을 수행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스님은 선은 차분한 마음을 가져다 준다는 효과를 든다. 자신의 마음을 성공적으로 다스리면 부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다고 설득한다. 선은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은 상태에서 현명하고 냉철한 결정을 내리게 한다. 이 역시 경영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선은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기운과 즐거움 등 내면의 평화를 주며 치매 예방과 치료에 탁월하다. 이러한 점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기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요소다. 

티베트 고원이 기후나 물질 면에서 열악한데도 신체 건강한 70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 것은 선수행을 하기 때문이라고 스님은 근거를 든다. 마음의 힘을 길러주어 실패를 하더라도 불행에 빠지지 않게 하는 점도 선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점이다. 이 책을 펴낸 스님은 선의 이러한 장점을 들어 부(富)를 이룩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다고 역설한다. 

부는 냉정한 판단과 결정, 지혜로운 관리가 필수적인데 선이 외부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주기 때문에 부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는 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금융회사 경영자나 직원들이 선수행을 하고 선센터를 만드는 대기업이 늘어나는 것이 그 사례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러면 선과 사랑의 관계에 대해 스님은 어떤 답을 주고 있을 까? 어느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랑하는 젊은 커플이 있는데 집안에서 반대를 합니다. 가족도 신경 써야하지만 그렇다고 사랑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는게 좋을까요?” 스님의 대답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인에 대한 사랑이 충돌하고 있다면,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입니다. 최대한 가족과 대화하여 가족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뭐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부모는 처음에는 자녀의 선택을 반대하다가도 갈등이 한차례 해소되고 나면 자녀의 선택을 서서히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몸이 바쁘더라도 왜 그런지 알고 살자’이다. 스님은 “요즘 사람들은 넘쳐나는 정보와 용솟음치는 다양한 욕망 사이에서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내면의 분주함은 말할 것도 없다. 평생을 바쁘게 살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바쁜지 알지 못한다”며 “지금 우리에게는 불교의 가르침에서 얻을 수 있는 ‘마음 속이 고요함을 찾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 지혜는 “평온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깨달음”이다. 

켄포(khenpo)라는 말은 티베트 불교를 가르치는 교수를 일컫는 명칭이다. 켄포 소달지는 그간 명강연으로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베이징대 등 세계 100여곳의 명문대생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불교신문3239호/2016년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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