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전쟁 1, 2권

신지견 지음/ 새움


“‘사내대장부가 세상에 나와 내가 무엇이고, 또 내가 누구인지 그것도 모르고 허덕이며 살다가는 게 세상살이 전부란 말인가?’ 성종 22년 5월, 북방정벌에 큰 공을 세운 송별전이 어느 날 깊은 회환에 빠져 상투를 잘랐다. 그리고 계룡산 상초암으로 가 지엄이란 법명을 받고 선방에 틀어 앉았다.”

삶의 본질을 찾으려던 많은 수좌들이 ‘자발적인 천민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16세기 조선의 불교정책은 가혹했다.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비밀결사체 사사가 결성됐다. 그 중심에 있던 선승이 바로 휴정 서산대사였다.

오랜 전통을 지닌 불교가 유교의 폭압으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지만, 맥이 끊기지 않았다. 오히려 도가 수행자들과 교류하며 사상의 폭을 더욱 넓혀갔다. 그리고 젊은 영웅들은 성리학자들과 문명사적 전쟁을 불사한다.

그 시기, 임진왜란이라는 예상치 못한 국난이 발생한다. 왜침으로 조선 왕조는, 성리학을 기반에 둔 유교는 사실상 무너졌다. 그때 휴정스님은 승군을 결집해 조선 왕조를 잇게 한다. 승려를 하천민으로 만들어 멸시하고 폭압하던 조선을 위해 일어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신지견 작가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활동한 승군을 통해 “인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그치지 않을 종교간의 다툼”을 <천년의 전쟁>을 통해 그려냈다. 신 작가는 “이 소설이 단순히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한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국가간 전쟁과 도를 이루려는 수행자들의 실천수행으로 읽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신은 은장도를 꺼내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 한양의 동학들이 두류산을 떠난지 3년만의 일이었다. ‘내 일생을 두고 어리석은 미치광이가 될지언정 글을 다루는 서생은 되지 않으리.’ 이듬 해 봄, 여신은 일선대사에게 계를 받고 휴정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소설에서는 묘향산을 비롯해 구월산, 금강산, 장수산, 계룡산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던 젊은 선승들이 대거 등장한다. 무예와 수행을 두루 갖춘 선승들이다. 여기에 도교 수행을 통해 축지법과 무예에 능한 풍회 등 다양한 인물들이 조선 중기 성리학의 폐단과 탄압에 맞선다.

하지만 젊은 영웅들의 무협에 그치지 않는다. 서산스님은 깨달음을 얻고 조선도, 수행자들도 모두 품어 안는다.

임진왜란은 성리학에 기반을 둔 조선의 기존 질서를 흔들었다. 이론과 명분만 앞세우던 성리학자들은 전쟁이 나자 한양을 버리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관리들이 도망치고 난 자리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쌓인 수많은 중생만 남아 있었다. 서산대사는 그들을 위해 호국불교의 칼을 들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속에서 조선 중기 역사와 수행자들의 고뇌, 그리고 한국불교가 앞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신지견 작가는 전남 화순 출생으로 주간지 편집장으로 지내던 어느 날, <금강경>에 젖어 불교에 귀의했다. 대하소설 <서산>(전 10권)과 <선가귀감>을 펴낸 바 있다.

[불교신문3239호/2016년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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