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때문에

 

                                                                       티제이 데마

 

 

그 꽃들이 어디 있는지

당신이 물어보리란 것을 알기에

저는 붉고 달콤한 장미를 따서

새들이 먹도록 길가에 놔두었지요.

 

그 사탕이 어디 있는지

당신이 물어보리란 것을 알기에

저는 당신에게 할와를 만들어주려고 손을 저었고

당신이 먹을 만큼을 쪼개 두었지요.

 

내가 어디 있는지

당신이 물어보리란 것을 알기에

내가 있던 곳을 떠난 지 오래고

나무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고 있습니다.

 

당신의 욕심 가득한 눈빛이 닿지 않는 그곳을.

 

 

티제이 데마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시인입니다. ‘할와’는 밀가루나 당근에 아몬드와 생강을 넣어 만든 남아시아 지역의 단 음식이라고 합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당신’은 분수에 넘치게 탐내고, 또 누리고자 합니다. 가령 붉고 향기로운 꽃과 입에 당기도록 맛이 있는 사탕을 독차지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화자는 이것들을 ‘당신’의 손과 눈빛이 닿지 않는 곳에 둡니다. 가령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숲과 같은 공간에 둡니다. 청정하고 고요한 곳에 둡니다. 그런 공간에서는 걸림이 없고 욕망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괴로움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공간은 본래의 마음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시인

[불교신문3236호/2016년10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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