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경찰전법단 정기연수

전국의 경승 스님 모여

각자의 정보 애환 공유

교구본사 주지 역할론

‘임기제’ 제안 눈길 끌어

“언제 범행을 포기하나?”

“주인이 마주보고 웃을 때” 

지난 9월23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경찰전법단 연수에서 경승 스님들이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찰포교 진흥을 위해 2010년 4월 종단 차원에서 창립한 경찰전법단(단장 지현스님, 조계사 주지). 경찰불자 월례법회, 부처님오신날 각 경찰청 점등식, 자비의 선물 제작 및 증정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간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경찰전법단 연수는 내부 사업이다. 30여 명의 경승(警僧)이 참석해 전법 노하우를 익히고 각자의 애환을 공유했다. 특히 금년부터 조계종 교육원 승려교육 인증 프로그램으로 지정되면서 스님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현재 전국 경찰청과 경찰서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단 소속 경승은 800여 명. 전체 경승의 80% 정도. 입재식에서 경승 스님들은 각자가 겪은 경찰의 모습을 술회하며 이런저런 제안을 내놓았다. 우선 엄격한 계급사회이다 보니 상사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고, 최고 관리자의 종교 성향에 따라 포교도 기복이 클 수밖에 없다는 토로가 나왔다. 서장이 불자면 아무래도 쉽다. 제주지방경찰청 경승부실장 성원스님(제주 약천사 주지)은 “불교세가 강한 제주도는 거의 모든 본청과 지서의 장(長)들이 불자여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타종단의 영향력이 커서 교구본사인 관음사 주지 스님이 지방경찰청의 경승실장을 맡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경승실장 개인의 인맥에 따른 운영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외부의 입김과 무관하게 포교를 지속할 수 있는 관건은 누군가의 끈질긴 원력이다. 광주지방경찰청 경승실장 연광스님(광주 증심사 주지)은 “한 스님이 자신을 희생하며 이끌어 가면 숨어 있는 불자들이 그 스님을 중심으로 모이게 마련”이라며 “경찰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포교의 생명은 신뢰와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대다수의 지방경찰청 경승실장은 본사 주지 스님들이나, 그저 ‘당연직’이고 ‘명예직’인 실정이란 전언이다. 경찰전법단 부단장 원명스님(서울 조계사 부주지)은 ‘임기제’를 언급했다. “전남만 해도 본사가 4개이고 경북은 5개인데 본사 주지 스님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기제를 통해 한 스님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경찰포교에 전력한다면 경찰과 지역에서도 경승에 대한 위상이 제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청 관할구역별로 교구본사가 주관하는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면 더 효율적이겠다”고 제언했다. 또한 “아무래도 경찰서는 사람들이 들어가길 꺼려하는 만큼 경찰서 법당이 아닌 주변 사찰에서 법회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경승 스님들 전원이 모이는 연수의 활성화”도 제기됐다. 순천경찰서 경승실장 보리스님(순천 대승사 주지)은 “장황한 이론교육보다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스님들의 사례 수집과 연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큰스님 법문 듣는 것도 좋지만 법회에선 무엇보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경찰들이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게 경기도 광주경찰서 경승위원 동법스님(광주 성불사 주지)의 지론이다. “그러려면 돈이 드는 만큼 인근 기업에서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말에선 군포교와 경찰포교의 유사성을 읽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경찰전법단 연수에선 경찰청 치안정감을 지낸 임승택 대전과학기술대 석좌교수의 ‘경찰조직의 이해’란 주제의 강의를 비롯해 포교원 포교국장 성진스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학과 교수, 김점란 붓다대화연구소장의 경찰 및 지역포교에 관한 특강이 이어졌다. 맥락은 자못 어긋나지만, 경찰로 오래 일한 임승택 교수의 ‘증언’을 소개한다.

강·절도 범인들에 대한 행태조사 내용이다.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중도에 범행을 포기한 적 있느냐’는 심문에 95%가 ‘그렇다’고 답했다. ‘어떤 경우에 포기하게 되느냐?’ ‘(가게) 주인이 마주보고 웃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칼을 들이대고 범행을 감행하느냐?’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듯할 때입니다.’”

[불교신문3236호/2016년10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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