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농의 금강경강의

양관스님 옮김/ 담앤북스


중국 근대 불교 연구자며

수행자 강미농 거사 역작

 

‘32분’ 금강경을 ‘신해행증’

관점에서 새롭게 풀이

경전, 대승교리, 논서까지

아우르며 상세한 해설…

20세기 초 혼란했던 중국 대륙에서 조용히 불교수행을 했던 한 거사가 남긴 금강경 해설서가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강미농(姜味農)은 19세기 말 중국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조부를 따라 <금강경>을 독송했다. 평생 단 하루도 빠짐이 없었다고 한다.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세상사 무상함을 깨닫고 불교 공부에 정진했다. 31세에 초급 과거 시험에 합격했지만 관직에 나가지 않고 불교 공부에만 매진했고 중년에 불문에 귀의해 보살계를 받았다. 그는 도서관에 소장된 돈황 출토 경전 8000여 권을 정리했는데 이를 통해 경장에 깊은 조예를 갖게 됐다. 정리한 결과물을 몇 권의 책으로 펴내는 한편 수행 정진했던 그는 근대화의 길목에서 혼란에 빠졌던 중국을 다니며 대중들에게 불법을 전파했다.

20세기 초 중국 근대 격변기 시절 재가 수행자로 명성을 떨친 강미농 거사가 정리한 방대한 분량의 <금강경 강의>를 처음으로 우리말로 번역해 펴낸 동화사 승가대학 학장 양관스님이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 경전 수행 교화 경험을 다 쏟아 2년여 간 대중들에게 <금강경>을 강의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하던 중에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1938년 67세로 세상을 떠났다. 20여년 간 강미농 곁을 지켰던 장유교 거사가 유작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빠지거나 완전하지 못한 부분을 정리해서 1940년 <강미농의 금강경 강의>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 방대한 분량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는데 담앤북스가 동화사 승가대학 학장 양관스님에게 번역을 부탁해 1년여의 수고를 거쳐 한국불자들에게 선보였다.

양관스님은 이 책을 번역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했다. “평생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고 다른 이들에게 강의해온 강미농 거사는 소명 태자가 나눈 32분이 아니라 신해행증의 관점에서 과목을 나누어 설명합니다. 즉 금강 반야에 대한 바른 믿음과 이해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금강경에 담긴 심오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기 위해 불교의 중요한 교리를 망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종파와 주요 경론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금강경에 담긴 단 한 글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 참뜻과 차이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단순한 뜻 풀이를 넘어 수행과 부처님이 일상 가피를 강조한 점도 기존 해설서와는 다릅니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점은 역자 양관스님이 설명했듯 신해행증(信解行證)의 관점에서 내용을 분류한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금강경 32분은 양나라 소명태자가 나눈 방식이다. 강거사는 화엄종 달천(達天) 법사가 쓴 <신안소(新眼疏)>에 의지해 신해행증으로 판을 나누었다. 신(生信)은 제1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부터 제8 의법출생분(依法出生分) 까지다. 해(開解)는 제9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부터 제16 능정업장분(能淨業障分), 행(進修, 힘써 수행하다)은 제17 구경무아분(究竟無我分)부터 제24 복지무비분(福智無比分), 증(成證)은 제25 화무소화분(化無所化分)부터 마지막 유통분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 까지다. 본문 격인 신해행증을 각각 2부부터 5부까지로 분류했다. 서론격인 1부는 금강경 전체에 대한 저자의 해설서격이다. 제목에 대한 풀이가 주를 이룬다. 역자인 구마라습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다.

“본경의 강요(綱要)는 다른 것이 없다. 망상 집착을 보내 제거하는 것이다. 대개 여래지혜 각성은 일체 중생이 각기 본래 갖추고 있다. 다만 망상과 집착의 장애로 능히 증득하지 못할 뿐이다. 부처님이 일대사인연을 위하여 세상에 출현하신 것은 이 일을 위한 것이다. 일체 불법은 집착을 피하고 장애를 제거하는 법문이 아닌 것이 없다. 본경에서 설한 바는 더욱이 빨리 깨닫게 한다. 비유하자면 금강보검을 한번 휘두르면 가히 그 자리에서 망상과 집착을 바로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 구절이 금강경을 설명한 핵심이다.

저자는 무명에서 비롯된 망상과 집착을 끊는 반야의 지혜가 금강경의 핵심임을 말하면서 염불수행도 같은 반열에 올린다. “반야와 정토는 애초에 두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까지 나아갔다. 강 거사는 말년에 정토에 귀의했다. 그는 “교는 반야를 종지로 하고 행은 미타에 있다”는 말을 남겼다. 책에 염불수행이 다수 나오는 이유다.

이 책은 1116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이유는 글자 하나 하나를 분석하고 대승불교의 핵심교리는 물론 주요 경전과 논서를 아우르며 상세한 설명을 붙였기 때문이다. 가령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대비구 1250인과 함께 계셨다. 이 때, 세존께서 공양하실 때가 되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지니시고 사위대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 성 가운데서 차례로 공양 받아 마치시고 다시 본래의 처소에 이르러 공양을 마치시고 의발을 거두시며 발을 씻으신 뒤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는 제1 법회인유분을 해설한 부분에서는 여시아문의 의미와 유래, 아(我)의 실체, 결집의 역사와 내용, 부처님의 뜻, 가사의 유래와 의미, 걸식 밥을 먹고 발을 씻는 문화에 이르기까지 단 한 가지도 빠트리지 않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은 불교대백과로도 손색이 없다.

번역한 양관스님은 통도사 승가대학, 종립 승가대학원, 동국대 불교학과 선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동화사 승가대학 학장으로 후학을 양성 중이다. <동산양개화상어록> 번역서를 낸 바 있다. 스님은 이 책 번역에 대해 “뛰어난 강의인데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까닭은 워낙 방대한 분량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훌륭한 번역자와 스님들이 많은데도 이 보배로운 강의본을 번역할 수 있는 행운이 나에게 온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추천사를 쓴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원철스님은 이 책에 대해 “강미농 거사는 재가수행자로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고 사구게를 남에게 전하는 것을 생활화한 어른으로 이 책은 중국 근대 격변기 금강경 해설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저서”라고 평했다.

[불교신문3235호/2016년9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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