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자 홍사성 주간 “지나친 자의적 해석, 논문보단 소설에 가까워”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스님을 군사독재정권과 연관성이 있는 정치적 인물이라고 주장해 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서명원 신부(서강대 교수)가 또 다시 스님을 폄하하는 논문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 2014년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는 자신의 책을 통해 스님이 불교를 개혁했던 방식과 독재정권과의 유사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 이에 당시 불교학계로부터 “성철스님을 연구하는 전문가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거가 부족한 수준 이하”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같은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또 다시 독재정권과의 상호 관련성을 제기한 논문을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논문은 ‘선사(禪師) 퇴옹성철의 유산, 한국돈점논쟁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숙고’라는 제목으로 지난 23일 서강대 종교연구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는 2014년 비판을 받은 영어논문을 번역, 개고한 논문으로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순화한 한글본임을 밝혔다.

하지만 서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도 성철스님이 돈오돈수를 주장한 것을 놓고 박정희·전두환의 쿠데타를 환기시킨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눌스님을 비판한 것도 한국불교 내에서 해인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밝혀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 신부는 논문에서 “돈점 접근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성철스님의 가르침은 박정희와 전두환이 민간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권력을 잡았던 쿠데타의 갑작스러움을 환기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정희가 나라 혼란을 끝내고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위해 독재가 긴급하게 필요했다고 정당화했던 것처럼 성철스님 주장은 돈·돈독재를 취임시키고 정당화하는 교의상의 쿠데타처럼 보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철스님이 해인사 방장으로 추대된 것에 대해 “박정희 정부가 가져다 준 전반적인 국가조직의 안정에 의해 고무됐기 때문에 추대를 잘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고 명시해 군사정권 안정에 편승한 인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서 신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성철스님이 세간 문제나 불교 내부문제에 침묵한 것에 대해서도 “산승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 이었는가 자신의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성철스님이 10년간 눕지 않고 장좌불와 수행을 하고 동구불출 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스님을 보신주의자 인 것 처럼 간주했다.

군사독재정권과 성철스님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서 신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이날 논평자로 나선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도 ‘소설보다 흥미로운 논문 서명원 ’선사 퇴옹성철의 유산‘에 대한 독후감’이라는 논평을 통해 “이 글은 논문보다 소설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홍 주간은 “서명원은 구조적 공진점이라는 분석틀로 여섯 가지 점에서 퇴옹성철의 돈오돈수론을 비판하고 있는데, 퇴옹성철이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독재자와 어떻게 비슷한가를 조목조목 대응시킨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든 예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광범한 자료인용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분석이기보다 소설적 상상력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혹평했다.

현실정치에 대해 스님이 침묵을 지킨점에 대해서도 “부처님은 카필라 동족이 몰살한 직후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지만 정치의 길로 나가지 않는다, 탐진치를 극복하지 못하면 분쟁과 슬픔은 끝이 없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라며 “성철은 이 가르침을 극단적으로 실천한 고승”이라고 강조했다.

홍 주간은 “돈오돈수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서명원의 해석은 놀라운 발상 같지만 터무니없다”면서 “당초 이 논문이 발표됐을 때 불교계가 불쾌해한 것은 논문이라는 이름의 소설로, 멋대로 만든 잣대로 자르고 붙이는 폭력에 대한 최소한의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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