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임시총회서 '주지스님-보존회원' 이견차 못 좁혀

오늘(24일) 오후 동해 삼화사 경내에선 삼화사국행수륙대재의 시작을 알리는 ‘향행사’가 봉행됐다. 향행사는 임금이 수륙재를 올리기 한달 전 삼화사 수륙도량에 향과 축문을 내렸던 오래된 역사를 재현하는 의식으로 수륙재의 시작을 알려준다. 오는 10월 중순에 거행될 예정인 삼화사 수륙대재는 올해만 추석일정이 겹쳐, 원래 열어야 할 시점에서 조금 늦어졌다.

9월24일 봉행된 삼화사 수륙대재의 향행사 모습.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25호 ‘2016 두타산 삼화사국행수륙대재’는 오는 10월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대대적으로 봉행될 예정이다.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 범패 작법을 맡았던 조계종의례위원장 인묵스님과 어산작법학교장 법안스님 등이 의궤에 따라 여법하게 의식을 주도해 나갈 방침이다.

그런데, 삼화사 수륙대재는 최근 원형훼손 논란과 함께 내부갈등으로 비쳐지는 이견충돌로 불교계 귀중한 문화유산인 수륙재가 원만하게 봉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조계종 의례위원회 산하 불교문형문화재 실무위원회 회의에서 ‘삼화사 수륙재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지면서 종단안팎에 이목이 집중됐다. 실무위는 삼화사 수륙재가 의궤에 따라 여법하게 설행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향후에는 무형문화재 관리 매뉴얼과 의식진행 지침 등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다소 갈등은 있었지만 수륙재 향행사는 비교적 원만하게 봉행됐다.
그러나 수륙재를 사이에 놓고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 내부의 갈등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전회장이자 삼화사 주지인 효림스님과 보전회 회원들간에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향행사를 하루 앞두고 어제(23일) 저녁 삼화사에서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전회 임시총회’가 열렸지만 수륙재를 원만하게 봉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오히려 갈등과 입장차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돼버렸다.

삼화사 국행수륙대재 20여일을 앞두고 열린 향행사.
임시총회에는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 회원 총 50명 가운데 31명이 참석했다. 보존회 회원 가운데는 삼화사 전 주지 원명스님과 조계종의례위원장 인묵스님,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미등스님 등 스님이 3명이고 나머지 47명은 심규언 동해시장과 현직교수 등 재가자로 구성돼 있다. 이 날 총회에는 재가자들만 참석했다.

9월23일 저녁 삼화사에서 열린 임시총회 모습.
회의에 참석한 김명남 이사에 따르면 삼화사 주지 효림스님이 수륙재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당시 애초에 구성됐던 보존회 회원들을 “회비 미납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주지 스님이 새로 선정한 사람들과 함께 수륙재를 봉행하고자 한다는 것. “회의를 주재하는 주지 스님이 총회에 참석한 보존회 회원을 부정하는 바람에 총회는 시작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효림스님은 “보존회 회원들 대다수가 오래 전부터 삼화사에서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해온 터주대감들이긴 한데, 이분들이 꼭 계속 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보존회 측은 “삼화사 수륙재 지정당시 공인인증을 받은 정회원이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수륙재를 원만하게 봉행하는 것이 우선인데, 자꾸 우리들을 배제하려 하는 스님을 이해할 수 없으며 스님이 마음을 바꿔주길 바랄 뿐”이라는 입장이다.

임시총회에는 100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했다.
결국 이 날 총회는 파행으로 끝나고, 삼화사 주지 효림스님은 자리를 떠나고 임시의장으로 김명남씨가 추천된 가운데 새로운 임시총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지 스님이 배제된 상황에서 밤 11시까지 열린 회의를 통해 모아진 결론은 세가지다. 첫째 10월14~16일 수륙대재가 원만하게 봉행될 수 있도록 동참할 것, 둘째 국가지원금 승인서 등을 이사회에 위임할 것, 셋째 수륙재 도감으로 미등스님을 원만하게 모실 것 등이다.

이같은 회의가 열리고 다음날 열린 수륙대재 향행사에는 주지 효림스님을 비롯해 회의에 참석한 대다수의 보존회원들이 동참한 가운데 무탈하게 열렸다. 20여일 뒤 수륙재는 여법하게 봉행되고 원만하게 회향될지, 향후 수륙재보존회는 어떠한 형식으로 변화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