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에서 비롯된 ‘화두’ 참구 수행법

무사안일 적정주의에 빠진 당시

조사선의 실천정신이 퇴락하고

새로운 수행이 절실할 때 제시 

조사선의 큰 산맥을 형성한 마조스님께서는 “도(道)는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더럽히지 말라. 무엇이 더럽히는 것인가? 나고 죽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 도가 무엇인지 바로 알고 싶은가? 평상심이 곧 도”라고 말했다. 이때의 평상심은 분별이나 번뇌를 닦아서 비로소 얻어지는 마음이 아니라, 누구라도 지금 이 순간 일상의 마음에 무사(無事)한 바로 그 자리라고 했다. 그래서 마조스님은 조작하지 않고, 시비하지 않으며, 얻거나 버리려고 하지 않고, 범부나 성인이라는 분별이 없는 것이 곧 평상심이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사선에서는 인간의 일체행위 그 모든 것을 깨달음의 전개로 보았다. 마음에 아무런 조작이 없는 본연 그대로의 무작의성(無作意性)의 실천이 조사선에서 말하는 평상심이다. 조사선은 인간의 평범한 일상생활 전부를 근원적인 자심의 주체적 작용으로 보았기 때문에, 모든 삶이 진실 되며 모든 곳에서 주인이 되는 자각적인 사상을 폈다. 그래서 조사선에서는 따로 수행을 하여 견성성불하려는 것도 작의성이라고 하였다.

이 평상심은 닦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불용수(道不用修)’이며 ‘무수무증(無修無證)’이라고 하여 달리 닦을 필요가 없는 평상 그대로가 수행이자 깨달음이라고 한 것이다.

이와 같은 평상심을 근본 실상 자리에서 보면 일체 모든 것이 평상심 아닌 것이 없겠지만, 조사선의 입장에서 보면 돈오한 이후의 평상심과 돈오하기 전의 평상심이 전혀 다르다. 돈오하지 못하고 이치만을 좇아 평상심을 이해하고 해석한다면, 명안종사들의 가르침과 크게 어긋날 것이다. 선자덕성스님은 “그럴듯한 이치는 수행자를 오래도록 묶어두는 말뚝”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육조 스님은 반드시 돈오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사선, 간화선, 묵조선이 그 정신을 계승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눈 밝은 선지식을 의지하지 않으면 결코 돈오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조사선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사상과 실천정신을 그릇되게 전승하고 계승하여, 안일하고 방종한 무사선(無事禪)이나 묵조사선(?照邪禪)에 떨어진 타락한 수행자들이 임제종이나 조동종을 가리지 않고 많았는데 특히 조동종에서 더욱 많았다. 이는 간화선을 주창한 대혜종고스님의 당시 묵조사선에 대한 비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요즘 묵조의 삿된 무리들은 무언(無言)과 무설(無說)을 극칙(極則)으로 삼고, 그것을 위음나반(威音那畔)의 일이며 공겁이전(空劫以前)의 일이라고 간주하여 깨달음이 있음을 믿지 않으며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깨달음을 제이의(第二義)이며 방편이고 교화라고 한다. 이러한 무리들은 타인과 자신을 속여서, 다른 사람도 잘못되게 하고 자신도 잘못되게 한다.” 조사선을 훌륭히 계승한 묵조선과는 달리, 묵조‘사’선은 선수행을 통한 철저한 깨달음의 체험을 부정하는 것으로서, 조사선의 ‘평상심시도’의 사상을 잘못 이해하고 실천하던 수행풍조였다.

간화선은 대혜스님이 묵조사선의 무사안일한 적정주의(寂靜主義)에 빠진 당시의 상황을 개탄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참된 수행법으로 ‘당대(唐代) 조사선 종장들의 법거량과 상대를 깨닫게 한 선문답을 정형화시킨 공안’을 통하여 의심되어진 ‘화두(話頭)’를 참구토록 하면서 형성되었다. 간화선은 조사선의 실천정신이 퇴락하고, 새로운 불교수행이 절실히 요구되던 시기에 제시된 것이다.

조사선에서는 공안 그 자체가 화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간화선에서는 정형화된 본칙공안을 통해 의심된 것을 화두라고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다시 말해서 조사선에서는 공안이 화두고 화두가 공안이지만, 간화선은 공안과 화두가 구별된다는 점이다. 즉 ‘공안에서 비롯된 의심’이 화두인 것이다.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법’이다. 여기서 ‘화두’는 불교 신행 여부를 떠나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불교용어가 되었다.

[불교신문3234호/2016년9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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