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대자유인이 되고 싶다면…

승가 계율교육은 ‘선택 아닌 필수’

계율 덕분에 무량한 선지식 배출

귀의하는 신심있는 불자 늘었으면 

우리 주변에는 같은 조건에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를 들면 한 가정에서 형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었으나 동생은 유명한 법조인이 되는 경우이다. 그 가정에는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가 있었는데 형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스스로도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 반면 동생은 절대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어려운 사법고시를 통과해서 변호사가 된 것이다.

계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계율을 통해서 부처님의 큰 자비를 느끼고 수행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계율 덕분에 빨리 깨달음을 성취하게 된 것이고, 그저 잔소리꾼의 잔소리로 느끼고 거기서 벗어나기만 바란다면 깨달음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는 계율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계율 덕분에 자유로울 수도 있고 계율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판이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사분율장>의 ‘비니증일’ 부분을 보면 삼장을 결집하게 된 인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섭존자가 부처님의 열반소식을 듣고 뒤늦게 쿠시나가라에 도착해서 장례를 모시는 과정에서 삼처전심(三處傳心) 가운데 ‘사라쌍수곽시쌍부’에 해당하는 일이 이루어진다. 즉 부처님의 장례를 전륜성왕의 장례법으로 치르라는 유언에 따라 8중으로 관을 만들어 모신 가운데 가섭존자가 예를 갖추자 관 속에서 부처님의 발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장례를 치르는데 한 비구가 듣기 민망하게도 ‘이제 우리는 자유다. 이제 이러이러한 일은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던 잔소리꾼은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고 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것을 보고 한시라도 빨리 삼장을 결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해의 하안거가 끝나고 칠엽굴에서 제1차 결집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처럼 부처님을 잔소리꾼으로 생각한 비구는 부처님 때문에 자유롭게 살지 못했으나 계율을 통해 자비를 느끼고 깨달음을 성취한 가섭존자는 계율 덕분에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고 선동하는 스님 덕분에 삼장이 결집되게 되었으니 매사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느냐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매해 2년 과정의 율학승가대학원을 졸업하는 학인 스님에게 그 소감을 물어보면 그동안 계율에 대하여 오해를 했었는데 그 오해를 풀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게 된다. 또한 전문과정을 마치고 3년의 연구과정을 마치는 스님들은 계율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다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아마도 이런 경우는 ‘덕분에’라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율장을 정미롭게 공부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우선 비구 250계목과 비구니 348계목의 ‘하지 말라’는 많은 조항에 질리게 된다.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마음을 고요히 가지며 지혜로운 안목으로 세상을 보는데 계율을 활용해 본 경험이 없는 수행자는 계율을 자유롭게 살 수 없게 하는 불편한 존재로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율의 그 어디에도 누군가를 속박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하도록 마련된 계목은 없다. 좀 더 수행에 전념하게 하기 위하여, 성취한 깨달음을 전해주기에 좋은 여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승가를 비난하고 승가에 등 돌리며 떠나가는 인연을 줄이기 위하여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바로 율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율장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스님들은 그 가운데서 부처님의 무한한 자비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 조계종 승가도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 덕분에 무량한 숫자의 선지식이 배출되고 감동으로 귀의하는 신심있는 불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계율교육을 승가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부처님께서 권하신 만큼 이루어 질 수 있어야 하고, 재가불자의 경우는 불교대학 등을 통해서 재가계율공부가 알차게 이루어지는 일이 중요하다. 조계종 승가의 경우 소의율장인 <사분율장>을 꼼꼼히 살펴 본 스님들이 전체의 10% 미만인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면 부처님의 계율 덕분에 수행을 잘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승가구성원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불교신문3234호/2016년9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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