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시댁 가면 스트레스 받고…

“명절을 앞두면 또 제가 스트레스를 받게 될 시간이 온 것 같아 힘들어집니다. 명절 때마다 시댁에 가게 되면 저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는데요. 저희 남편의 맏형의 부인, 즉 저한테는 큰형님을 봐야 하는 일 때문입니다. 진짜 웃기게도 제가 남편과 결혼을 한 뒤 시댁에 모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집안 식구들이 전부 다 큰형님 말에 꼼짝을 못하고, 다 큰형님 하자는 대로 집안일을 처리하는 거 있죠. 제가 느끼기엔, 아니 상식적으로 느끼기에도 아닌 것 같은 일인데도, 큰형님 말이면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자고 하는 게 너무 이상합니다. 남편에게도 이 얘기를 해봤더니 남편은 오히려 형수님이 똑똑하게 다 떠맡아 집안일 하시려는 건데 뭐가 문제냐며, 오히려 제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그럽니다. 너무 답답해서 한 번은 식구들 모인 자리에서 큰형님에게 조심스럽게 너무 큰형님 의견에만 따르는 건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다들 자기 의견을 내봤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오히려 사람들은 아무 얘길 안하고 저만 큰형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아니 큰형님이 좋은 대학 나오고 야무진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왜 다들 큰형님 말만 따라야 되는 거죠? 사람들은 다 자기 의견이 있을텐데 큰형님 얘기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 좀 불편합니다.”

혼자서 잘났다고 주장한다 한들

권위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로부터 권위를 얻는 방법은

오직 동의를 통해서입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권위를 갖고 있을 때의 이득보다

더 큰 이득을 얻게 되기 때문에

기꺼이 권위를 넘겨주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질문자님의 큰형님, 즉 한 집안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고 계신 분의 얘기를 다른 가족들이 꼼짝 못하고 따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여 불편하시군요. 즉, 질문자님은 여기에서 권위의 문제를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권위라는 것을 민주적이라는 개념과 상충되는 것으로 보고 계신 것 같고요.

권위라는 것이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혼자서 잘났다고 주장한다 한들 권위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로부터 권위를 얻는 방법은 오직 사람들의 동의를 통해서입니다. 즉, 사람들이 우리에게 권위를 넘겨주는 일에 동의했을 때만 우리는 권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가 권위를 얻게 된 절차는 그에게 권위를 넘겨주고자 하는 다수의 동의를 얻은 대단히 민주적인 절차였다는 사실을요. 이처럼 권위는 민주적이라는 개념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민주적인 절차로 얻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권위를 왜 누군가에게 넘겨줄까요? 그러한 양도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얻는 것이 크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집안의 대소사를 누가 대신 떠맡아 처리해주게 됨으로써 자신은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된다든가, 자신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일이 진행되는 안락한 편의성을 얻는 등의 유익한 이득이 있는 까닭입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독재나 힘의 압박에 눌려 권위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갖고 있을 때의 이득보다 더 큰 이득을 얻게 되기 때문에 기꺼이 권위를 넘겨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수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진 권위에 대해, 이를 불편하게 느끼고 그에 저항하는 이는 권위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뿐입니다. 나아가서는 그 권위를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이 불편한 이뿐입니다. 이러한 사실 위에서, 질문자님이 경험하시는 현재의 장면에서는 이러한 목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왜 큰형님 말만 중요하게 여기고, 내 말은 중요하게 안 여기는 거야. 나도 큰형님 못지않게 똑똑하고 잘할 수 있는데.”

큰형님이 권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는 가족들 중에 오직 질문자님뿐이십니다. 이 얘기는 권위를 얻기를 필요로 하는 이는 오직 질문자님뿐이시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는 가족들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님만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가족들에게 질문자님이 권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만이 이렇게 남겨지는 것입니다.

질문자님의 진실한 소망이 가족들에게 권위를 얻고 싶은 것이라고 정직하게 확인될 수 있다면 많은 것은 단순하며 수월해집니다. 이미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성공적으로 권위를 얻고 있는 큰형님이라는 모범사례가 바로 질문자님의 옆에 계시니, 질문자님은 그 방법을 손쉽게 배우실 수도 있는 까닭입니다.

질문자님이 권위를 얻고 싶으시다면, 또 큰형님이 현재 권위의 대변자라면, 단순하게 큰형님의 편이 되십시오. 그러면 질문자님은 권위의 편이 되는 것이며, 권위 또한 질문자님의 편이 되게 됩니다. 그렇게 질문자님은 권위를 얻는 소망을 이루게 되실 것입니다.

[불교신문3234호/2016년9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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