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교회에 다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린 기독교 신자였던 친구의 권유를 그냥 순순히 따랐다. 교회에 다녀야만 착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믿음이 흔들렸다. “왜 하나님은 인간을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지옥을 만드셨을까?” 그때 남편을 만났다. “예수님이 죽어서 세상을 구했다면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리게 한 유다가 결국 세상을 구한 것이 아니냐”는 그의 궤변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오기가 생겼다. 대체 불교가 뭔지나 알아보자! 선사들의 가르침에 따라 매일 108배를 하고 염불을 하고 참선을 했다. 나를 중심으로 두고 사니 이렇게 힘들었던 거로구나!

포항에 거주하던 시절 울산대 철학과 박태원 교수님 아래서 초기경전을 공부하면서 안목이 좀 더 크게 열렸다. 서울에 자리를 잡으면서 공부를 이어갈 절을 물색하다가 상도선원을 알게 됐다. 선원장 미산스님은 문화포교의 일환으로 찬불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선원에 다닌 지 1년이 못돼 상도선원 간다르바합창단의 지휘를 맡게 됐다.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이력이 소문이 난 것 같다. 음악이야 생업이었기에 그리 낯설지 않았으나 찬불가는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도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준 부처님께 은혜를 갚자는 심정으로 적극적으로 임했다.

포교의 기본은 공감이다. 아무리 귀하고 맑은 가르침이라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으면 박제된 유물일 뿐이다. 다소 딱딱하고 고루한 기존의 찬불가에 새로운 화음을 넣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편곡했다. 일반 대중이 들으면 까다로울 수 있는 나의 음악을 처음엔 단원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트스마일 명상’으로 수행의 대중화를 주도하는 미산스님에게서 배운 게 미소와 친절의 힘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자 나의 음악 역시 그분들의 마음에 젖어들었다. 아름답고 따뜻한 하모니 속에서 우리는 최고의 불교합창단임을 자부한다.

“과연 나에게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는 인생문제를 해결해 주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사의 문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는지에 대한 해답 말이다. 그 답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흘러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오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의 정성을 즐기는 것.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와 함께 하면서 나는 나의 삶을 찬탄한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스스로 만족하니 비운만큼 넓어지더라.

[불교신문3234호/2016년9월2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