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과 조계종단의

지금의 사태

내 일이 아니라고

방임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분원장들이

책임을 져야 하고

분원장들이 행동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이 현실

참으로 슬프다 

1989년 사찰을 새로 창건할 쯤, 도반 스님들이 내게 선학원으로 등록하라고 많이 권유했다. 그 이유는 조계종에 등록하면 재산권을 보장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언젠가는 종단에서나 본사에서 절을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선학원에 등록하면 종단에 비해 분담금도 적게 내고 운영권에 대해 간섭을 받지 않아 편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종단은 분규가 심했다. 종단이 불안하고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 재단법인에 등록해 사자상승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왜 종단에 등록하느냐는 것이다. 의심의 의지가 없을 정도로 종단 또한 선학원에 등록을 하는 것에 그 어떤 조치도 없을 뿐 아니라 오늘의 사태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원인제공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들게 사찰을 창건해 개인 재산으로 가지고 있지 않고 등록할 때는 누구나 다 연고권을 보장 받기를 원한다. 이 당연한 이치에 대해 그 누구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논할 수는 없다.

출가해 생긴 재산은 모두 부처님 재산이다. 살아있는 동안 관리하고 그 인연이 다 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재산은 영원히 내 개인의 소유물로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그 당시 선학원이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가까운 수덕사로 등록을 했다.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조계종에서 무조건 절을 빼앗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설사암은 사설사암대로 보장을 해주었고 공찰인 경우 불사를 잘 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주지 소임이 순환이 돼야 하기 때문에 들고 날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순환되는 그 과정에서 생긴 사례들로 인해 뺏기고 빼앗는 말들이 난무했던 것이다. 공찰이지만 내가 이렇게 불사를 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그 공을 인정해 주지 않고 나가라고 하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서 일어나는 의식 부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런 폐단 때문에 공찰을 꺼려하고 너나할 것 없이 능력이 되면 사설사암을 창건해 안정적으로 수행을 하고 싶은 것이 지금 승가의 모습이다.

얼마 전 ‘선학원 발전을 위한 분원장 워크숍’에 다녀 온 적이 있다. 내내 마음이 아팠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돼 있는 한국의 종교 현황표(2012년)에서 불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종단은 137개이다. 그 중에 선학원은 종단으로도 등재돼 있지 않고 불교관련 법인체로 존재하고 있다. 선학원 분원 500여 개 중 300여 개가 조계종 소속 승려라고 하는데 그 300여 개 사찰은 어느 종단에 속한다 말인가. 선학원은 조계종단(2806개 사찰)에 등록돼 있는 재단법인이지, 종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종단과 재단법인의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이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선학원과 조계종단의 지금의 사태, 내 일이 아니라고 방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조계종 스님인줄 알았는데 어느 날 사는 사찰에 따라 승적이 변경이 되고, 사제지간 뿐 아니라 함께 동문수학한 도반까지도 종단이 달라지고 관계가 해체되는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분원장들이 책임을 져야 하고 분원장들이 행동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이 현실, 참으로 슬프다. 종단도 선학원도 신뢰하지 않는 현상들, 우리 불교 전반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분원장들도 재단에 사찰을 등록하고 난 뒤 조계종 승려로서 종단에 권리와 임무를 다 했는지 이쯤에서는 한번 정도는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불교신문3233호/2016년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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