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센터 개소식 날 파라미재단 주민들.

한국 날씨는 제법 선선하죠? 미얀마는 아직 우기여서 매일 비가 내립니다. 제가 한국에 떠날 때만 해도 비가 많이 내렸는데 여기서도 계속 비와 함께 하네요. 저는 미얀마에 도착한지 몇 달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치 하얀 종이에 물이 스며들 듯이 미얀마 삶 속에서 조금씩 적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우기엔 비가 많이 오면 도로사정이 안 좋을 때가 많아요. 에와야디주 빤따노지역도 자주 홍수가 나곤 해서 우기 땐 참 가기가 힘든 지역이죠. 그럼에도 지난 7월 바잉지따이꽁고등학교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배우고 미래를 위한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인 도서관 완공식을 함께 축하하고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백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역주민들, 학생, 선생님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 도서관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돼 백일장 대회도 나가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하고 꿈을 꿀 수 있게 됐습니다. 도서관은 학생들의 꿈 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주민들의 바람, 지역사회의 지지까지 담겨 설립됐습니다. 이후 이 공간은 학생, 선생님, 주민들의 삶 속에 깊이 위치한 배움터로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가 매일 내렸는데, 하늘에서 마우삥지역 포아예마을 경사를 알았는지 그날은 하늘이 참 높고 맑았어요. 그리고 지난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파라미재단 커뮤니티센터가 개소했습니다. 소액대출로 모은 이자금과 바보의나눔 후원금으로 센터를 건축하게 돼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됐습니다. 주민들 모두가 염원했던 커뮤니티센터였기에 재단멤버들과 주민들이 정말 기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센터를 만들고 완공식을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해왔고, 각자 자신들의 역할을 하며 관계 속에서 삶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파라미재단과 마을이 조금씩 자신의 속도와 방식대로 나아가고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일을 해낼 그들의 한걸음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짧은 기간 제가 본 현장은 누군가가 돕고자 하는 단순한 선의와 배풂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민, 학생, 선생님, 현지 활동가 모두의 작은 염원과 삶의 고민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사업이었고 그분들이 바로 사업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을 한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의 고민을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은 파견기간 동안 저는 이 분들의 삶에 스며들어 함께 고민하고 배우며 살아갈 것입니다.

[불교신문3233호/2016년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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