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문 열던 날

학교 설립으로 낙후지역 대변화

구호활동 넘어선 해외포교 큰 획

 

공평한 기회 주는 깨달음의 공간

한국서 이운한 비로자나불 봉안

 

현지 주민들 “한국불교에 감사…

탄자니아도 잘 사는 나라 될 것” 

조계종이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전국 사찰과 불자들의 성금 50여억을 투입해 건립한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이 착공 3년만인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탄자니아의 경제 수도 다르에스살람의 외곽 4만여평의 부지에 세워진 보리가람대학은 한국불교가 뿌린 자비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탄자니아 경제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차량으로 3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무와송가 마을. 한국에서 온 조계종 대표단이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카리부(환영합니다)”하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마을 인구 90%이상이 무슬림과 가톨릭 신자인 이곳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대거 발걸음을 한 것은 마을 뿐 아니라 탄자니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조계종이 설립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의 개교식 참석차 지구 반대편에서 장장 20여 시간을 날아 학교를 찾은 대표단을 맞는 학생과 교직원, 주민들 얼굴엔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던 마을에 처음으로 생긴 농업전문대학이 생긴 것이다. 탄자니아 최대 도시이자 경제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 위치해 있지만 외곽에 치우쳐 있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던 이곳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찾아와 다르에스살람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원예전문학교를 세워준 것이다. 최신 설비를 갖춘 학교가 설립되면서 마을 주민들의 숙원이던 전기가 설치됐다. 머지않아 맑은 물이 쏟아지는 수도 시설도 들어올 것이다.

탄자니아는 사회주의 전통 때문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편이지만, 이날 무와송가 마을 주민들은 개교식 내내 ‘보리가람’을 주문처럼 되뇌며 낯선 외지인을 반겼다. 아이스메일 말로위(22)씨는 “불교는 잘 알지 못해도 ‘보리가람’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며 “지혜를 배우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공부를 하면 50년의 식민 지배를 겪은 탄자니아도 한국처럼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웃었다.

보리가람대학의 개교를 무엇보다 손꼽아 기다려온 것은 학생들이다. 첫 입학생 아우레리아 마운디(18)양은 다르에스살람 중심부에서 왔다. 앞으로 3년 동안 외곽에 위치한 보리가람대학에서 먹고 자며 생활한다. 마운디 양은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최신설비를 갖춘 학교에서 공부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며 “작은 농장이라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정부기관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 활동에 나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갖고 있는 종교는 다르지만 스님과 불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깊은 관심이 생겼다”며 “언젠가는 한국을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고 했다.

개교식에 맞춰 학교를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단주를 채워준 후 “보리가람대학이 한국과 탄자니아를 연결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며 모든 공을 한국의 불자들에게 돌렸다. 총무원장 스님은 “나 또한 학교의 미래가 궁금하다”며 “종단과 아름다운동행이 자력으로 장기적인 학교 운영을 담당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학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대표단도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중앙승가대 총장 원행스님은 개교식에 앞서 농림부 차관 등과 가진 면담자리에서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중앙승가대에서 4년 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탄자니아에서 처음으로 스님이 되려는 학생이 있다면, 혹은 불교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다면 중앙승가대가 학비를 지원해 탄자니아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정념스님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종단의 원력과 한국 불자들의 신심으로 아프리카에 부처님 법을 전하는 교육 도량을 건립한 것은 한국불교의 자부심”이라며 “‘보리가람’이라는 학교의 의미처럼 부처님 자비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펼쳐지길 기원하겠다”며 “학생들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동봉스님과 함께 학교 부지를 기증한 신도 성다고운 씨도 이번 개교식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성다고운 씨는 “10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왔었던 때가 생각난다”며 “총무원장 스님의 해외 포교에 대한 원력과 한국 불자들의 힘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학교가 완공된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보리가람대학 강당에 모셔진 삼존불과 진신사리를 기증한 대전 광제사 주지 경원스님은 부처님이 봉안된 모습을 모고 감격을 금치 못했다. 경원스님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벅차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며 대중에 삼배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 학교 개교는 조계종의 해외포교에 있어 큰 획을 긋는 일이기도 하다. 스님들의 개별적인 원력으로 포교활동을 펼치거나 불교권 국가와의 교류활동을 위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재난지역에 대한 긴급구호활동으로 범위를 넓힌데 이어 이제는 직접 학교를 세워 거점을 마련한 포교로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종단이 해외 포교의 역사를 새로 쓴 이날, 탄자니아 정부기관과 주탄자니아 대사관 등은 학교 운영 제반 사항과 관련한 적극적인 협조를, 대표단 스님들은 ‘1사찰 1학생 결연’ 캠페인에 대한 동참을 약속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학교 설립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줬던 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는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언급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불교가 물심양면으로 도와 오늘의 성과를 이룬 것 같다. 아프리카에 불교가 처음 들어오는 이 뜻 깊은 날, 보리가람대학이 탄자니아를 넘어 세계속에서 유수의 대학으로 성장하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교식에 앞서 대표단은 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가 영양 급식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무캄바 초등학교를 방문, 책걸상 60여 개를 지원했다.

[불교신문3233호/2016년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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