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을 보며

일본 정부가 해야할 것은

‘성노예’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하는 것

 

나눔의집에 거주하고 있는 6명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포함한 12명은 지난 8월30일 법원에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소송이다. 헌법재판소는 “일본에 의해 자행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당한 자국민들이 배상청구권을 실현하도록 협력하고 보호하여야 할 헌법적 요청”이 있다고 보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서 정한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가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요구했던 것은 가해국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었다. 범죄사실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지속적인 진상규명, 위령, 역사교육, 범죄자 처벌을 하라는 것이었다. 1995년 일본에서 만들어 개인당 5000만원을 지원하려던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을 거부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법적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화해와 치유 재단’에 10억엔, 우리 돈으로 약 108억 7000만원을 송금했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지 25년 만이다. 하지만 법적 배상금이 아닌 인도적 지원금이라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 하겠다.

나눔의집 할머니들은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의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급하겠다고 밝힌 위로금 1억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단 1원이라도 법적 배상금이 아니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할머니들의 결연한 의지다.

지금 아베 정권은 1994년 이 문제를 인정한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를 무력화하려다가 세계 역사학자들로부터 비난과 저항을 받았다. 이런 역사 왜곡과 수정이 계속되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금으로 위안부 문제를 풀어갈 수는 없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모두 40명. 이 중 나눔의 집에 10명이 공동생활하고 있다. 연령대가 최소 87세부터 101세까지 평균 90세 이상으로 노인성 질환과 어린 나이에 집단 성폭행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장기적으로 당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럼에도 일본정부의 사죄를 받기 위한 활동을 지속되고 있다. 금년 1월에 일본 도쿄와 오사카, 4월에는 미국 뉴욕과 댈러스를 다녀왔고, 10월에는 일본 오키나와와 후쿠오카 증언을 위해 출국한다. 인권 문제, 특히 역사 문제는 여야가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 역대 정권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많은 시도를 했으나 할머니들이 원하는 법적 배상과 공식사죄를 일본이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를 못했었다. 이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합의안 무효화를 선언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개인의 인권의식, 역사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녀상 건립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의 인식이 현재의 수준이라면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 소녀상이야말로 일본 정부를 꾸짖고 한국정부를 일깨우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232호/2016년9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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