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회 정각회장

‘세력을 다 쓰지 말라

복을 다 받지 말라…’

법연사계 가르침 늘 되새겨

 

중도 공익을 위한 정치 요구돼

현대사회 맞는 불교 대응 필요

갈등 해소 위해 정각회도 노력 

 

주호영 국회 정각회장이 갖고 있는 불자로서 자세는 간결했다. 불자로서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 “국민이나 이웃 종교인들에게 존경받는 삶”이다.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중도(中道)와 공익(公益)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정각회장 주호영 의원은 “정치인이라면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정치인들의 선의(善意)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치인들이 안 좋은 쪽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민들이 정치인과 정치권을 감독(監督)하는 역할이 요구되는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으로 4선(選)의 중진 반열에 올라선 주호영 의원은 “1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민의식도 높아졌고, 절차적 민주주의도 일부 진전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용적 민주주의나 국가 현안을 다루는 문제는 이전에 비해 훨씬 정교해졌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줄지 않았다며 ‘풍토’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한국정치는 사안을 연계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특히 (법률 통과에 국회의원) 숫자가 모자랄 경우 다른 사안이나 법안을 연계하여 주장을 관철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정치권의 신뢰 부재(不在)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대 입장을 수용하면, 이후에 그쪽에서도 선의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합니다. 서로가 이용할 것이란 불신이 팽배한 것이지요.”

주호영 의원은 “근본적인 과제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국민 전체를 위하지 않고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치우치는 정치권의 반성이 요구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국민들이 정치를 감독하는 제도와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양시양비론(兩是兩非)에 휩싸여 판정을 유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선 불교의 가르침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주호영 의원의 견해이다. 주 의원은 “원효스님의 화쟁(和諍) 사상을 비롯해 불교에는 갈등과 분열을 해소할만한 지침과 가르침이 많습니다. 국회 정각회도 대화와 타협, 그리고 화합의 정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사실 양극단의 주장은 국가 발전도 저해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도 잃게 만듭니다. 불자 국회의원들이 중도적이고 화합적이며 원융(圓融)적인 목소리를 내어 작은 변화부터 이루고 싶습니다.”

정각회 부회장과 감사를 역임한 주호영 의원은 불교와 인연이 깊다. 교분이 두터운 스님도 많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물론, 스님과 불자들이 음양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경북 울진이 고향인 주 의원은 월변으로 이사한 후 동림사에 다니며 불교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특히 종립학교인 대구 능인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도 불교와 인연이 두터워진 계기가 됐다.

사법고시 합격 후 군법무관으로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광주보병학교에서 훈련받을 당시 월탄스님(조계종 원로의원)에게 수계를 받았다. 법명은 자우(慈宇)이다. 그 무렵 광주보병학교 군법사는 자광스님(동국대 이사장)이었다. 주호영 의원은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자연스럽게 군법당을 찾았다”면서 “훈련을 마친 후 맛있는 과일과 떡을 먹으며 불교와 친근해졌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동국대 이사장 자광스님은 “보병학교에서 훈련받으며 군법당에 온 주호영 의원을 만난 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주 의원은 신심이 깊은 분”이라고 전했다.

주호영 의원이 늘 마음에 새기는 불교 가르침이 있다. 오조법연(五祖法演, ?~1104)스님이 서주(舒州) 태평사(太平寺) 주지를 맡게 된 제자 원오극근(悟克勤, 1063~1135)스님에게 전한 ‘법연사계(法演四戒)’의 가르침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불가사진(勢不可使盡) 복불가수진(福不可受盡) 규구불가행진(規矩不可行盡) 호어불가설진(好語不可說盡)”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세력을 다 쓰지 말라, 복을 다 받지 말라, 법을 다 행하지 말라, 좋은 말을 다 말하지 말라.” 주호영 의원은 “<벽암록>을 읽다가 이 게송을 본 후에는 늘 마음에 새기고 지침으로 삼고 있다”면서 “복을 아끼라는 유가의 ‘석복(惜福)’과 같은 가르침으로, 늘 조심하고 감사하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법연사계와 석복은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귀담아 듣고 마음에 새기는 가르침인데, 이를 잘 몰라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호영 의원은 평소에도 기도와 경전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신심 깊은 불자이다. 법관 생활을 할 당시에는 근무지 주위의 산사를 자주 찾았으며,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등을 공부했다. 김천에 근무할 때 매일 아침 한 시간 일찍 출근해 경전을 정독한 일화는 유명하다. 주 의원은 “1998년 3월 중앙선을 넘어온 차에 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금강경> 구절이 떠올라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안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 대목은 다음과 같다.

“아어왕석절절지해시(我於往昔節節支解時) 약유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若有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 응생진한(應生嗔恨)” “예컨대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신체를 할절(割截) 당했다. 그랬는데 그때에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고,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 없었느니라.” 

제17대 국회의원 당선 후 대통령 당선자 특보와 특임장관, 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탄탄대로를 걸어온 주호영 의원은 올 초 마음고생이 컸다.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새누리당에 복당한 후 당 대표 경선에 나섰지만 석패(惜敗)했다. 주 의원은 “뜻을 냈다가 안 되면 서운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성공하기는 쉽지 않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되는 것”이라면서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인생을 살다보면 크고 작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옛말에 새옹지마(塞翁之馬),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어떻게 보면 운이 좋고 인연이 닿아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불만을 갖고 화를 내기보다 마음을 잘 다스리고자 합니다.”

‘정치인 주호영’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주 의원은 “정치인이라면 자기가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한다”면서 “그러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영향력을 키워야 뜻을 관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바람직한 사회는 불교적인 사회와 흡사하다고 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세상이죠. 국민화합이 이루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세상. 그리고 소외된 사람이 적으면서, 나라 자체는 성장 동력을 가졌으면 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국회 정각회장 소임을 맡은 주호영 의원은 1시간 가량의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스님과 불자들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주호영 의원은 “불자라면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국민이나 이웃 종교인들에게 존경받는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대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불교 또한 현대에 맞게 변용(變容)할 수 있도록 종단에서 주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주호영 의원이 걸어온 길…

 

1960년 12월10일 경북 울진 출생. 대구 능인고ㆍ영남대 법학과 졸업, 영남대 대학원 법학 석사, 미국 듀크대 수학. 대구지방법원 판사, 대구지법 김천지원 판사, 대구고등법원 판사, 대구지법 영덕지원장,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 대구지법 상주지원장, 대구지법 부장판사, 제17~20대 국회의원, 특임장관, 제17대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 대구광역시당 위원장,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장,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국회 정보국회의원장, 국회 정각회 감사, 부회장 역임, 현 국회 정각회장.

[불교신문3232호/2016년9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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