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불교학자 15명 참여 한국불교연구성과 공유

일본인도학불교학회 67회 학술대회에서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김천학 동국대 HK교수

일본인도학불교학회 67회 학술대회가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일본 도쿄대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10여개 분과에서 250여 명의 학자들의 발표가 진행됐는데, 한국불교분과도 14년 만에 다시 개설돼 한국과 일본불교학자의 발표가 이뤄졌다.

지난 2002년 일본인도학불교학회 사상 처음으로 해외인 서울 동국대에서 학회가 열릴 때 당시 교수였던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이 원력을 내 한국불교분과를 개설한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불교를 주제로 한 발표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불교분과 개설과 함께 눈여겨볼 만한 연구 성과들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한국불교분과에서는 15명의 학자들이 발표했다. 특히 김병곤 미노부산대(身延山大) 조교수는 ‘미노부산대의 해동불교 관련 자료’를 최초로 공개해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병곤 교수는 학교에 소장돼 있는 한국불교문헌의 소장현황을 알기 쉽게 정리했는데, 이 중에는 신라 때 찬술된 <화엄경문의요결문답>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또 <신수대장경>보다 300년가량 앞선 <대비로자나경공양차제법소>의 존재도 드러났다. <대비로자나경공양차제법소>는 <한국불교전서>에도 남아 있지만 에도시대 본인 <신수대장경>의 내용을 저본으로 삼은 것이다. 미노부산대 소장본은 이보다 300년 앞선 가마쿠라시대 것으로 <한국불교전서>의 오류를 바로잡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원효스님 <지범요기>의 가장 오래된 본도 학교에 소장돼 있음이 확인돼 불교사본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또 후지이 교코(藤井敎公) 일본 국제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원효 <열반종요>에 인용된 <이장의>에 관하여’에 대한 발표에서 신라 때 원효스님이 <열반종요>를 저술하며 참고했던 <이장의>와 <신수대장경>에서 전하는 <이장의>를 대조 조사한 점에서 주목된다.

<열반종요>는 가마쿠라시대 사본으로 일본에서 1개 본만 전해진다. 우리나라 규장각에 소장돼 있는 <열반종요>는 일본 가마쿠라시대 사본을 베낀 것이기도 하다. <신수대장경> 속 <이장의>는 에도시대 간본으로, <열반종요> 사본보다 뒤늦게 간행돼 두 본을 비교 대조해보면 <이장의> 내용이 후대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토 아츠시(佐藤 厚) 일본 센슈대 교수는 ‘정황진(鄭晄辰) 찬(撰) <조선대장경모연첩>’에 대해 처음으로 정리했다. <한국불교전서> 발간에 앞서 일제강점기 때도 한국불교문헌을 집대성하려는 스님과 재가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일본인 학자가 조명했다는 점에서 뜻 깊다. 정황진은 본산 주지 스님의 후원을 받아 불교문헌 목록을 정리했는데, 경전 외에도 각종 주석서와 사적기까지 포함해 전체 533권에 달한다. 이는 <한국불교전서> 속 420권보다 많다.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는 ‘조선후기의 계율에 관하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조선후기 계맥이 끊어졌다는 일반적인 학설과 달리, 17-18세기 후반 간행된 계율서를 통해 조선후기 스님들이 수계의식에 관심이 높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동국대 불교융합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오가와 히로카즈(小河寬和)씨는 ‘일본 내 <선가귀감> 간행의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서산대사가 쓴 <선가귀감>이 일본 임제종에 끼친 영향을 소개했다. <선가귀감>이 일본에서 5번 간행되고 관련해 여러 권의 주석서까지 발간된 점에 주목했다.

이밖에도 한국불교분과에서는 보광스님이 ‘조선시대 백암성총의 <백암정토찬(栢庵淨土讚)>’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이태승 위덕대 교수가 ‘한국불교의 입장에서 본 일본근대불교의 모습’에 대해, 김종욱 동국대 교수가 ‘원효의 불교사상에서 연기와 자성’에 대해 살펴봤다.

김천학 동국대학교 HK교수는 ‘설판상언(雪坂尚彦)의 <십지품사기>에서의 정영사혜원의 인식에 대해서’를 주제로, 박광현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대각국사문집>으로 본 의천의 종파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발표했다. 박용진 능인대학원대학 교수는 ‘려원(麗元)교류기 고려장(高麗藏)과 조성장(趙城藏)’을 주제로 고찰하고, 하유진 서강대 철학연구소학술연구교수가 ‘<대승사론현의기>와 <대반열반경집해>의 불성 뜻에 관한 비교서설’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 측에서는 나카니시 토시히데(中西 俊英) 일본 동대사 화엄학연구소 연구원이 ‘원효 <십문화쟁론>에 보이는 회통의 방법과 그 주변’에 대해, 오카모토 잇페이(岡本一平) 일본 도요대학 동양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이 ‘<원홍장(圓弘章)>의 일문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일본 국제불교대학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세인 씨가 ‘기찬(基撰) <아미타경소>의 제본(諸本)에 관하여’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불교분과는 아니지만 모로 시게키(師 茂樹) 하나조노대학 교수는 <인명입정리론소>를 중심으로 유식비량에 대한 신라의 비판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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