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개교식 현장

조계종 대표단을 맞는 무와송가 마을 아이들의 축하 공연.

지난 5일(현지시각)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경제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차량으로 3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무와송가 마을. 한국에서 온 조계종 대표단이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카리부(환영합니다)”하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마을 인구 90%이상이 무슬림과 가톨릭 신자인 이곳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대거 발걸음을 한 것은 마을 뿐 아니라 탄자니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아름다운동행이 설립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의 개교식 참석차 지구 반대편에서 장장 20여 시간을 걸려 학교를 찾은 대표단을 학생과 교직원, 주민들이 설렘과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맞았다.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은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던 마을에 처음으로 생긴 농업전문대학이다. 탄자니아 경제수도인 다르에스살람 주에 위치해 있지만 늘 외곽에 밀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던 이곳에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찾아와 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원예전문학교를 세워준 것이다. 최신 시설을 갖춘 학교가 설립되면서 마을 주민들 숙원이던 전기가 설치됐다. 머잖아 맑은 물을 쓸 수 있는 수도 시설도 들어올 것이다.

아름다운동행은 개교식에 앞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인근에 위치한 무와송가 초등학교를 방문, 책걸상 60여 개를 기증했다. 학생들에게 단주를 채워주는 자승스님.
축하 공연
축하 공연을 보는 조계종 대표단.
개교식을 위해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으로 향하는 대표단.

사회주의 전통 때문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탄자니아 사람들이지만, 이날 무와송가 마을 주민들은 개교식 내내 ‘보리가람’을 주문처럼 되뇌며 낯선 외지인을 반겼다. 아이스메일 말로위(22) 씨는 “아직 불교는 잘 알지 못해도 ‘보리가람’이 무슨 뜻인지는 안다”며 “지혜를 배우면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공부를 하면 50년의 식민 지배를 겪은 탄자니아도 한국처럼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보리가람대학의 개교를 무엇보다 손꼽아 기다려온 것은 학생들이다. 첫 입학생 아우레리아 마운디(18) 양은 다르에스살람 중심부에서 왔다. 앞으로 3년 동안 외곽에 위치한 보리가람대학에서 먹고 자며 생활한다.

아우레리아 양은 “조용하고 한적하면서도 최신설비를 갖춘 학교에서 공부할 날을 기다려왔다”며 “작은 농장이라도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고, 무엇보다 정부 기관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 활동에 나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또 “내가 갖고 있는 종교는 다르지만 스님과 불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깊은 관심이 생겼다”며 “언젠가는 한국을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완공된 교실에서 예비 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과 학생들.

이들의 바람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이날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생기면 한국으로 초청해 전통문화와 불교를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며 “스님이 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중앙승가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종립학교인 동국대에서 교육을 받아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일일이 단주를 채워주며 “보리가람대학이 한국과 탄자니아를 연결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학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대표단도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원행스님은 개교식에 앞서 농림부 차관 등과 가진 면담자리에서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중앙승가대에서 4년 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탄자니아에서 처음으로 스님이 되려는 학생이 있다면, 혹은 불교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다면 중앙승가대가 학비를 지원해 탄자니아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정념스님은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건립은 한국 불교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종단의 원력과 한국 불자들의 신심으로 아프리카에 부처님 법을 전하는 교육 도량을 건립한 것은 한국 불교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보리가람’이라는 학교의 의미처럼 부처님 자비가 아프리카를 넘어 세계로 펼쳐지길 기원하겠다”며 “학생들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동봉스님과 함께 학교 부지를 기증한 신도 성다고운 씨도 이번 개교식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성다고운 씨는 “10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 왔었던 때가 생각난다”며 “총무원장 스님의 해외 포교에 대한 원력과 한국 불자들의 힘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학교가 완공된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보리가람대학 강당에 모셔진 삼존불과 진신사리를 기증한 대전 광제사 주지 경원스님은 이날 부처님이 학교에 봉안된 모습을 모고 감격을 금치 못했다. 경원스님은 “벅차고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며 대중에 삼배를 올리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부처님 자비를 전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지 3년 만에 뜻을 이룬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모든 공을 한국 불자들에게 돌렸다. 총무원장 스님은 “스님과 신도들의 그 정성어린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기꺼이 기부에 나서줘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나 또한 학교의 미래가 궁금하다”며 “종단과 아름다운동행이 자력으로 장기적인 학교 운영을 담당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종단이 해외 포교의 역사를 새로 쓴 이날, 탄자니아 정부기관과 대사관 등은 학교 운영 제반 사항과 관련 적극적인 협조를, 대표단 스님들은 지속적 운영을 위한 1사찰 1학생 캠페인에 대한 동참을 약속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우여곡절 많았던 학교 설립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줬던 송금영 주탄자니아 대사는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언급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 불교가 물심양면으로 도와 오늘 그 성과를 이룬 것 같다”며 “아프리카에 불교가 처음 들어오는 이 뜻 깊은 날, 보리가람대학이 탄자니아를 넘어 세계유수의 대학으로 성장하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대표단 스님들의 지원은 탄자니아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조계종 24교구를 이끄는 교구장 스님들의 협의체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정념스님이 1만달러, 종책모임 화엄회가 6000달러, 법화회가 5000달러, 영축문화재단이 5000달러 등을 전달, 총 2만6000달러(약2876만원)의 지원금이 모연됐다.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자공스님은 “불자들의 힘으로 학교가 무사히 문을 열었지만 안정적 운영이라는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았다”며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보리가람학교와 계속해서 동행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모종 심기 시삽하는 총무원장 스님.
정념스님이 학교 지원금 1만달러를 전달했다.

■ 조셉 릉구르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교장 인터뷰

“보리가람학교, 탄자니아 전체 변화시킬 것”


“종교를 떠나 보리가람농업기술학교에서 지혜를 쌓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이 탄자니아 나라 전체를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것입니다.”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의 첫 교장으로 부임한 조셉 릉구르(73) 씨는 “탄자니아에서는 교육이 곧 희망”이라며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이 무와송가 마을, 나아가 탄자니아 미래에 소중한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 출신인 그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공평한 기회를 주려는 아름다운동행의 설립 취지에 공감해 교장직을 맡았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학교에 갈 능력이 있어도 인맥 등에 밀려 좀처럼 진학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아이들이 보리가람대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욕심을 가지고 보다 뚜렷한 목표를 세워 학교를 운영해나가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조셉 교장은 “불교를 겪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경계하던 아이들도 ‘보리가람’이라는 이름에 대해 설명하자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바뀌었다”며 “누구나 조금만 공부하고 노력하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이 아이들의 마음에 깊숙이 새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그 기대와 바람이 취업으로 연결돼 다시 보리가람을 위한 도움의 손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나아가 세계무대로 진출해 또 다른 곳에서 자비의 손길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며 “한국 불자들이 모아준 그 정성과 마음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학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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