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불볕더위에 도반이 불쑥 와서는 중고차를 보러가자고 했다. 주행거리 7000km 1t 화물차 더블캡을 300만원이면 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쳐대니 의심 속에서도 그저 한번 구경이나 하자고 했던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기였다.

추가비용이 없냐고 거듭 확인을 해도 300만원 이외의 어떤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도반은 덜컥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입금까지 해버렸다. 차 잘 샀다고 점심까지 대접해주고, 시간이 좀 지나서 내가 ‘귀신 붙었나 잘 확인해봐’ 말을 하자마자 속여온 조건들이 드러났다. 2년 동안 매달 40만원에 가까운 할부금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30대 전후의 청년들에게 공갈과 협박에 시달리며 종일 중고차 시장을 떠돌았다. 물건도 좋고 가격도 적당하다고 선을 보여준다는 게, 발로 한번 걷어차도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은 차를 500만원에 사라고 선심을 베풀었다. 그날 당한 낭패와 수치를 생각하면 고행도 그런 더러운 고행이 없다.

어쨌든 사기는 치고자 하는 자의 꾀와 쉽게 얻고자 하는 자의 욕망이 만나 성사된다. 날로 먹으려 했으니 도반도 반은 책임이 있다. 2년 전쯤엔가 그런 사기를 당하고도 똑같이 당하고자 하는 걸 보면 업장이 참 두텁다. 이번엔 틀림없다고 확신을 하는 순간 낚여채이고 만다. 그들은 트럭이라도 몰아서 먹고 살려고 하는 생계형의 절박한 꿈을 노린다.

그건 이 나라에서 아주 익숙한 풍습이다. 잘 살게 해주겠다고 표를 유혹해서 4년이나 5년 또는 10년 동안 가난하고 착한 서민들에게 빨대를 꽂는다. 세금을 인상해서 횡령하고, 강을 죽이고, 역사와 국토까지 유린하고, 강도 사기 부정부패 비리를 능력으로 인정한다. 현혹되지 않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종북좌빨로 몰아 감옥에 집어넣거나 벌금을 때린다. 또는 물대포를 쏜다. 그렇게 민중들은 미늘에 꾀어 끌려 다니다가 때에 이르면 또 미끼를 문다. 그래서 그들은 그 낚시질을 민주주의라 부른다.

[불교신문3230호/2016년9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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