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역사상 최악의 폭염이라고 일컬을 정도였던 8월의 무더위는 어느 날 사라졌다. 한 차례 비와 함께 갑자기 선선해지면서 이제 이른 아침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긴팔 옷이나 재킷을 걸쳐 입은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휴가도 끝나고 무더위도 한 풀 꺾이면서 이제야 여름이 끝났다는 실감이 난다. 이번 여름은 더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화가 치솟는 일들이 많았다. 에어컨 사용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누진제로 한반도는 뜨거운 논쟁을 벌였고, 더위에 지치고 화를 억누르지 못한 사람들이 저지른 사건 사고도 많았다.

뜨거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은 풍요로워야 한다.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코앞에 두고 한결 가볍고 여유로운 마음을 품어야 하겠다. 우선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건강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동안 더위와 화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눈을 열어야 한다.

아직 본격적인 가을은 남았지만 벌써부터 전국 사찰들은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8월말 서울 수국사, 익산 심곡사 등에서 열린 산사음악회가 그 서막을 장식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공연을 통해 하나로 마음을 모은 불자와 시민들은 가을에는 더 행복하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전국 사찰에서는 다양한 행사로 가을을 반길 것이다. 풍요로운 마음을 품기에 가을 산사만큼 좋은 것도 없다. 가을이면 또 생각나는 것이 따뜻함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던 사람들도 따뜻한 차를 찾기 마련이듯이. 하지만 그 반대편에 놓인 이웃들이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한여름에는 더위 걱정을,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추위를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지난했던 폭염에서 벗어나 한시름 놓는 시간을 보낸 후,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은 자비와 온정이 돼야 할 것이다. 내가 따뜻함을 바라면 다른 이도 따뜻함을 찾고 있다는 것을, 내가 슬퍼 위로받고 싶다면 상대방도 그런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실천하는 가을이 됐으면 한다. 자비나눔은 좋은 방법이다. 지난 4월, 1배에 100원씩 적립하는 3000배 철야정진을 통해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한 일처럼, 자비나눔의 실천행에 꼭 동참해볼 것을 권한다.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모두 저마다 크고 작은 결실을 맺도록 하나씩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뜨거운 화가 아닌 따뜻한 온정이 가득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가을이 됐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230호/2016년9월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