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성보 사실 알고 기탁자 반환 동의, 2017년 상반기 송광사로

송광사 오불도

도난 뒤 미국인에 구매돼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돼 있던 조계총림 송광사 오불도(五佛圖)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과 문화재청(청장 나선화), 미국 포틀랜드박물관(관장 브라이언 J.페리소)은 오늘(9월1일) “불화를 구매했던 로버트 마티엘리(Robert Mattielli, 86)씨가 지난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한 ‘오불도’를 송광사에 반환하는데 동의했다”며 “2017년 상반기 중 송광사로 반환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환에 앞서 포틀랜드박물관에서는 오는 3일부터 12월4일까지 특별전이 개최되며, 12월3일에는 심포지엄도 예정돼 있다.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가 ‘한국불교와 송광사’를 주제고 강연하며, 마야 스틸러 캔자스대 교수가 ‘오불도와 한국의 불교의식’으로 강연한다. 또 송광사는 2017년 오불도 봉안식에 마티엘리 부부와 포틀랜드박물관 관계자를 초청해 감사를 표할 계획이다.

송광사 불조전

오불도는 송광사 불조전에 봉안된 오십삼불도(五十三佛圖) 가운데 하나다. 1725년에 조성된 이 불화는 십삼불도 2폭, 구불도 2폭, 칠불도 1폭, 오불도 2폭 등 7폭으로 이뤄졌다. 이 중 세로 145cm 가로 115cm 크기며 마 위에 채색돼 있는 오불도 2폭이 어느 때인가 도난당했다. 현재 불조전에는 좌우 출입문 벽쪽 오불도 자리만 비어 있는 상태다.

불화를 기탁한 마티엘리 씨는 1960년대부터 30년 간 서울에서 화가, 조각가, 도예가, 미술교사를 지냈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고미술품도 수집했는데, 오불도는 1970년 초 서울 안국동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목가구 서랍장에 구겨져 있던 불화를 구매해 수리하고, 1985년 미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가 보관하다 지난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했다.

국내에 오불도가 알려진 것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4년 7월 포틀랜드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 현황 조사를 통해서다. 2015년 자료편집 과정에서 오불도가 도난불화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종단과 문화재청에 알렸다. 종단은 문화재청과 2015년 7월 우호적 해결을 합의하고, 협상권한을 문화재청에 위탁했다. 문화재청은 포틀랜드박물관에 오불도가 도난문화재란 것을 전하고, 송광사로 돌아갈 수 있게 마티엘리 부부를 설득해줄 것을 부탁했다. 포틀랜드박물관 또한 마티엘리 부부에게 사실을 전했고, 부부 역시 송광사 반환에 동의했다.

포틀랜드 오불도가 봉안됐던 좌측 벽

종단은 “마티엘리 부부의 한국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훼손된 채 발견됐던 오불도는 지금까지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부를 설득해준 포틀랜드박물관 관계자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 경매에 출붐된 도난불화인 선암사 동악당재인대선사 지연을 문화재청과 함께 환수한 이후 두번째 성공사례를 기록한 종단은 “앞으로도 국외 소재 도난불교문화재 환수를 위해 문화재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2017년 상반기까지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증보하고 영문판으로 발간, 미국 프랑스 180여 개국과 국제형사경찰기구, 국제박물관협의회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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