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거스님, 53선지식 구법여행 법문

 

한번 지나가면 돌릴 수 없는 시간
소중히 하고 제대로 쓸 줄 아는 게
잘 살아가는 길이라는 점 명심하고

기도하면서 자기 원 이루고 싶다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먼저 알아야

공부하고 분발해 삼매 체험하면  
자신을 완전히 바꿔 소견도 넓어져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큰 원 세우는 발심을 하기 바랍니다 

 

우리 시대 선지식을 초청해 진리를 찾아보는 8월 53선지식 구법여행은 ‘참선으로 나를 바꾸자’를 주제로 봉행됐다. 본지와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는 지난 26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스님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혜거스님은 “나를 완전하게 바꾸려면 참선 삼매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며 부단한 수행정진을 당부했다.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스님은 김제 흥복사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2013년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한문아카데미에서 강의했으며, 불교TV 경전강의 등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2010년에 서울 자곡동에 탄허기념박물관을 열어 교육박물관을 표방하며 보살사상 선양과 만일수행결사 운동, 금강경 강송대회, 명상지도자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참나>를 비롯해 <혜거스님의 금강경 강의> <유식 30송 강의> <15분 집중 공부법> <혜거스님과 함께 하는 마음공부> 등이 있다.

다음은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올 여름 굉장히 무더웠는데 이제 여름이 지나가면 겨울이 온다. 이렇게 끝없이 계속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 스스로 정말 자신 있게 이만하면 여한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동안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고 또 잘못한 일은 무엇인지를 한번 회상했을 때 수없는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잘못한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시간을 낭비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분 1초,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아낄 줄 모르고 생활하고 있다. 시간을 소중히 하고 제대로 쓸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세상엔 많은 종교가 있다. 불교만 하더라도 티베트, 미얀마, 태국 등 수없이 많은 불교국가에서 수행을 한다. 우리나라 또한 많은 불자들이 수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수행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법문 시작 전,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를 모두 다 잘 외우는 모습을 봤다. 마지막 구절까지 경을 외는 동안 잡념 없이 딱 외워지던가요. 반야심경 한 편 읽을 때도 잡념 없이 자르륵 외워지고 있나. 입으로만 읽고 있지 실제로 딴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입으로 외면서 마음으로도 똑같이 할 때 제대로 된 염불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아들딸 잘 되게 해 달라고 무릎이 다 상하도록 절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나한테 절 해줘서 고맙다. 원을 이뤄주마’ 하는 부처님 만나보셨나. 이런 부처님 만나보지도 못했으면서 왜 하고 있나.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기도인가. 기도가 잘 되려면, 기도를 통해 원을 이루고 싶다면 우리 원이 왜 이뤄지지 않는지 그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일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 원이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업장 때문이다. 길을 가다 장애물을 만나면 제대로 갈 수 없듯이 업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원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도하는 참뜻은 어디에 있는가. 업장소멸이 기본이다. 자기 원 이뤄달라고 업장은 잔뜩 놔둔 채 원만 하면 이뤄지겠는가. 업장을 소멸하려면 업의 자리를 본인이 잘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업 자리, 업의 당체자리를 알면 그 업이 소멸된다고 말씀하셨다. 얼굴에 더러운 게 묻었다는 사실을 알면 닦아 낸다.

기도는 무엇인가. 내 업장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기도다. 관세음보살에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이것을 알고 수행하면 그만큼 얻어지는 것이 클 수 있다. 모르고 수행하면, 아무리 수행하고 목이 터져라 관세음보살 불러도 대답해 줄 분은 계시지 않다. 우리가 하는 염불 하나하나도 내 업이 무엇인지 아는 이것을 바로 알면 바로 해결된다. 느닷없이 돈을 잃어버린다던지, 병을 얻는다던지 혹은 사고를 당한다면 전부 장애 때문에 생기는 것들인데 이런 일들은 모두 업 때문에 오는 것이다. 자기가 지은 일들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겠지만, 가만히 축적돼 있다가 갑자기 장애물처럼 나타나는 것이 업이다.

‘내 업의 자리가 바로 아만심(我慢心)이었구나, 아만심을 갖고 어떻게 부처님 법을 공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하면서 이를 버리려는 마음을 먼저 내야 한다. 아만심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아만심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자비수행이다. 도덕 선생님이 도덕을 가르친다고 해서 도덕군자인가. 수행을 해야 한다. 수행 없이 아는 것만 갖고는 내 것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염불도 할 줄 알고 참선도 할 수 있다. 다들 잘 알고 있지만 하다말다 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빙판에서 빙글 돌다 멋들어지게 착지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하듯, 꿈속에서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자비심으로 웃을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하고 연습해야 한다. 이것을 수행이라고 한다. 이 수행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가. 종교이기 때문에 기도로부터 시작한다.

바로 그 다음부터는 공부다.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 100살이 됐다하더라도 늦지 않았다. 불교라는 종교, 이 큰 덩어리가 움직이려면 종사자들이 생겨나야 하고, 무엇보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비전문가들이 종사자라면 그 종교가 발전할 수 있을까. 앞으로 신앙종교는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유럽이나 미국에 가 보시라. 일요일에 교회 가는 사람 있냐, 없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려면 ‘하느님 아버지’ 하고 기도를 해야 하나, 열심히 훈련을 해야 하냐. 당연히 훈련하고 기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 대학 가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할까 아니면 관세음보살 하면서 기도를 해야 하나. 공부해야 한다. 점점 눈이 열리는 세상이 오는데 우리 손자손녀딸에게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앉아 있으라고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여러분 지금부터 나이나 환경 핑계 대지 말고 전부 공부해야 한다. 저 같은 경우 절에 오면 경전을 외우라고 한다. 공부가 도저히 안 된다는 사람에게는 시 300수만 먼저 외워보라고 권한다. 즐거운 것도, 공부해서 즐거운 것하고 놀면서 즐거운 것 하고 완전히 다르다. 공부를 해야 가야 할 길이 보인다. 불교도 제대로 공부하면 어떻게 믿는 것이 진짜 불교구나 하는 것이 제대로 보인다. 무턱대고 다니지만 말아라.

공부가 되면 아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연습이 수행이다. 계속 연습해서 몸과 마음에 배고 잠을 자도 꿈을 꿔도 똑같이 나오게끔 연습을 해라. 예를 들어 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 새벽 3시에 시계를 맞추고 자면 시계가 울기 전에 잠을 깬다. 훈련을 강하게 하면 머리처럼 말 잘 듣는 것도 없다.

나를 완전하게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마이크도 완전하게 다른 물건으로 바꾸려면 용광로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듯이 자신을 바꾸려면 참선삼매를 통하지 않고서는 바꿀 수 없다. 이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두 번씩 삼매 체험을 다 했다. 본인이 모를 뿐이다. 언제일까. 정말로 간절한 일이 새기면 순간 삼매가 일어난다. 누구든 삼매에 들 수 있다. 가장 먼저 일념(간절한 한 생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삼매 거치고 나면 말은 말 밖에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기분 좋고 경쾌한 답인지 다 같이 꼭 성취하도록 발원을 하셔야 한다.

죽기직전 한 순간,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이 사진처럼 쫙 보이게 돼 있다. 그런데 한 곳에 딱 멈춘다. 그 자리는 바로 일생동안 살아온 시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업 자리에 가서 멈춘다. 죽음을 앞두고, 세세생생토록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멈춰 버리면 이 놈이 업이 된다. 죽기 직전에 이런 생각이 빙글빙글 돌기 전에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염불하면서 삼매 속에 들어가야 한다. 선정 삼매에 들어가면 완전히 해탈이고 그 이상은 필요가 없다. 선정 삼매에 들어가면 걱정이 없다. 이걸 모르면 딴 짓하다 사진처럼 필름이 돌아가고 업처에서 딱 멈춘다. 업처에 자신의 운명이 걸리지 않도록 항상 염두에 두셔야 한다. 그 업이 내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부하고 분발해 삼매 체험하고 나를 완전히 바꿔 자신의 소견을 넓히고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이런 큰 원을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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