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불 밑에 자란 작설/ 일창 이기 따모아서/ 아자방에 군불지펴/ 숯불더미 모아놓고/ 무쇠솥을 걸어두고/ 곡우작설 숨 고른 뒤/ 세 번째로 기내리고/ 네 번째로 진을 내어/ 다섯 번째 색 올리고/ 여섯 번째 맛을 낸 후/ 일곱 번째 손질하고/ 여덟 번째 분을 내어/ 아홉 번째 향 갈무려/ 조목조목 나누어서/ 봉지봉지 담아두고/ 아자방에 스님네들/ 한잔먹고 깨치소서/ 두잔 들고 도 통하고/ 석잔째에 부처되소/ 자나깨나 정진하소.”

지리산 칠불사에 갔을 때 주지 도응스님이 부채를 하나 주셨는데 거기에 스님이 손수 쓴 글귀다.

칠불사 밑 차밭에서 차를 따면서 부른 노래라 한다. 차를 따는 모습이나 딴 찻잎을 덖어가는 과정, 그리고 이렇게 만든 차를 정진하는 스님들께 공양하면서 부지런히 도를 닦아 부처님이 되소서 하고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정성이 가득한 이 차를 마시는 스님들은 어떤 마음을 지닐까를 생각해본다. 지리산 자락에는 예부터 차가 많이 자랐다. 특히 화개는 차의 명산지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차를 벗삼아, 차가 좋아서 이산자락에 눌러앉아 차밭을 가꾸고 차를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우리의 전통차를 만드는 제다(製茶)가 문화재가 되기도 했다.

예부터 우리는 차를 좋아했다. 혼자서도 마시고 여럿이도 마신다. 벗이 오면 반갑고 정다워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뜻이 맞는 벗끼리 모여서 차회(茶會)도 가졌다. 그러면서 흥이 더하면 시를 읊기도 했다. 그래서 차에 관한 명시(名詩) 명구(名句)도 많다. 스님들은 도를 닦는 마음과 차를 즐기는 마음이 같다 하여 다선일미(茶禪一味)라 했다.

우리 불자들은 밥 한끼를 먹으면서도 농부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내가 정말 밥값을 하고 사는가를 성찰한다. 차 한잔 마시면서도 그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몸 건강히 살면서 이런 즐거움을 누리고 있음을 정말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먼데서 친구가 전화로 묻는다. 이 더운데 뭐하냐고. 내가 도로 물으니까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정답다. “응, 차 마시면서 책 보고 있어.”

[불교신문3229호/2016년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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