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미리 닦는 공덕

죽은 후 공덕을 지을 수 없으니

날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미리 덕을 닦아보는 것은 어떨까

윤달이 되면 대부분의 사찰에서 생전예수재를 봉행한다. 사찰에서 웬 ‘예수재’인가 싶은데 오해는 말자. 예수재에서 ‘예수’란 그리스도교 창시자 예수(Jesus Christ)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니까. 예수재는 ‘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의 줄임말로 미리 예(豫), 닦을 수(修)자를 써서 살아있는 사람이 죽기 전에 자신의 공덕을 미리 닦는 것을 말한다. 천도재가 죽은 영가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함이라면 예수재는 산자가 살아있는 동안 공덕을 미리 닦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이 의식이 언제부터 행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고려시대 행해졌던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예수재는 설단 의식에 따라 각 단에 공양, 공경을 올림으로써 덕을 쌓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예수재를 행할 때 복을 짓는 방법으로 각 단에 대한 예경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기도 하는데, 기본적인 의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년월일에 따라 저마다 살아있을 때 갚아야할 빚을 지고 이를 재 의식을 통해 갚는다는 데 있다. 이 빚을 갚기 위해서는 경전을 읽거나 보시를 행해야 한다.

<관정수원왕생십력정토경>은 예수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부대중들이 이 몸이 무상한 줄을 알고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닦아 보리도를 행하려거든 죽기 전에 미리 삼(三)ㆍ칠(七) 일을 닦되, 등을 켜고 번을 단 뒤, 스님 네를 청하여 경전을 읽게 해서 한량없는 복을 지으며, 또 소원대로 과보를 얻는다.” 이처럼 예수재란 죽은 다음에는 공덕을 지을 수 없으니 살아 있을 때 미리 악업은 녹이고, 좋은 곳에 태어날 선업은 잘 닦도록 하는 것이다.

사찰에서 윤달에 생전예수재를 지내곤 하는 것은, 윤달은 무슨 일은 해도 탈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해오던 생전예수재를 봉은사가 올해부터 해마다 봉행한다고 한다. 윤달만이 아닌 해마다, 또는 날마다 지금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미리 덕을 닦아보는 것은 어떨까.

[불교신문3229호/2016년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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