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하고 좌선하고 경책하며…

주장자는 스승-제자 연결고리 

주장자는 연수목(延壽木)이라는 나무로 만든다. 감태나무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는 이 나무는 벼락을 맞으면 나무의 금속성분이 불에 탄다. 그렇게 탄 부분이 용의 눈처럼 여러 부분이 고르게 터져 나오기 때문에 용안목(龍眼木)이라고도 부른다.

이전에는 천성산 내원사에 연수목이 많았다. 벼락을 맞은 연수목은 구하기가 어려워 장작불에 일부러 태워 껍질을 벗겨 만들었다. 큰스님은 내원사에서 태워서 만든 주장자를 몇 개 가지고 계셨다. 연수목 주장자 중에 모양이 좋고 굵은 것은 법문하실 때 사용하고, 가는 것은 좌선하는 좌복 옆에 두고 경책하실 때 쓰셨다. 이런 용도 외에 주장자는 때로 스승과 제자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제상승(師弟相承)하기도 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주장자 윗부분이 용머리처럼 생겼으면 좋으련만, 그런 모양을 한 나무를 좀처럼 만나기가 어려웠다. 큰스님이 가지고 있는 연수목주장자는 오래되어 길이 들어 보기 좋았지만, 용두주장자(龍頭杖子)는 아니었다. 벼락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용머리주장자는 좀처럼 구하기가 어려웠다. 좀 비슷하게 생긴 것은 가지고 있어도, 맘에 드는 것은 끝내 구하지 못하셨다.

그 사실을 듣고, 신도 한 분이 나무를 다듬어 용머리가 조각된 용두주장자를 큰스님에게 선물하였다. 너무 좋아하시며 며칠 동안은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 굵기가 일반 주장자보다 가늘고, 용머리도 크지 않고 작았지만, 큰스님은 대단히 만족스럽게 여기셨다.

용머리가 조각된 용두주장자는 선승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라서 선원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큰스님이 선물 받은 용두주장자는 위용이 약간 떨어져 법상에서는 쓰지 않았으나 도량에서는 늘 짚고 다니면서 포행을 돌곤 하셨다.

예부터 용두주장자는 옆에 두면 신심이 깊어지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하시며 많이 애용했다고 전해진다.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가사장삼을 수하시고 의자에 앉아 용두주장자를 든 자세로 기념사진을 찍으셨다.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 별로 잘 나오지는 않았다. 월내 묘관음사에 모셔진 영정은 그 기념사진을 가지고 그린 것이다. 사진은 누가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교신문3229호/2016년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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