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횡포에 ‘지역민 안식처’ 사라지나…

반세기에 걸쳐 서울 은평구 관내 지역민과 고락을 함께 해 온 포교도량이 재개발에 밀려 고층건물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서울 응암동 백련산 북쪽 기슭에 위치한 심택사가 그 곳이다.

심택사는 조계종 직할교구 소속 사찰로 1960년대부터 터를 잡은 도량이다. 백련산을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위치해 있으면서 전통 양식의 법당과 종각, 5층 석탑 등을 갖추고 서울시유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자 지역민의 종교적 안식처로,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심택사는 오래된 주택가를 철거하고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응암2지구 재개발사업이 진행된 이후 도량수호를 위한 외로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찰 경내지를 상당부분 침범하는 고시계획이 공고된 이후 재개발조합측에 부당성을 제기하고 서울시청과 은평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해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해왔다. 2차례의 대한지적공사를 통한 현황측량을 통해 조합측이 사찰의 경내지를 침범한 것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은평구청도 이같은 심택사의 민원을 받아들여 민원해결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인가를 내주었다.

하지만 이에 따라 변경고시된 계획은 심택사를 막다른 도로로 고립시키고 사찰 앞을 10층과 15층 높이의 아파트가 가로 막은 안이었다. 이 역시 이미 제기했던 민원이었음에도 재조합측은 해결하지 않은채 밀어붙여 오는 9월7일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부의했다.

심택사는 6m 폭의 막다른 도로를 8m 순환도로로 변경해줄 것과 문화재보유사찰인 심택사의 조망권을 확보해 줄 것 등을 요구하며 탄원서 제출, 온라인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도 고층아파트에서 사찰을 훤히 내려다보는 등 수행환경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며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심택사 주지 효탄스님은 “재개발계획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안식처 역할을 해 온 사찰을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며 “도량을 수호하고 수행환경을 지키기 위해 신도들과 함께 부단히 정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불교신문3229호/2016년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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