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날아 다녀요

                                                                                  장 콕토

 

여기 칠판 위에 새가 몇 마리 그려져 있어요.
분필로 그린 새의 다리 몇 개
내 꿈의 비밀을 그려보고
또 지워요.

여기 가위가 있고 물결 모양의 새털을 그렸지만
어쩌죠?
물이 흘러넘치고
비 오듯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여기 지우개와 철사줄이 있어요.
등에는
책가방 그리고
새가 그려져 있는 칠판.

장 콕토(1889~963)는 시인, 소설가, 극작가, 화가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한 프랑스의 전방위 예술가였습니다. 이 시는 유치원에 다닐법한 한 아이가 칠판에 새를 그렸다 지우는 것에 대해 썼습니다. 아이는 등에 책가방을 메고 있고, 분필을 들어 물결무늬로 새를 그립니다. 그 새의 그림은 세계의 비밀에 대한 아이의 순수한 이해가 담긴 것입니다. 아이는 칠판 한 귀퉁이에 매달려 있는 지우개로 새의 그림을 다시 지웁니다.
이 시를 읽는 동안 새의 가늘고 짧은 다리, 잔물결처럼 가벼운 새털의 미묘한 움직임과 바람의 이동, 하늘을 높이 날아오를 꿈의 실체로서의 새 등을 눈앞에 떠올려봅니다. 작은 새가 저쪽으로 포르릉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시인

[불교신문3228호/2016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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