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美 렌즈에 담아 전하는 것도

아름답고 감성적인 소통 아닐까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잦고 있었다. 무량수전, 안양문,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에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중략)…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럼이 없다.”

위의 구절은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미의식을 일깨우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담은 최순우 선생의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나오는 명문장이다.

부석사는 그렇게 아름다운 절로 사계절의 풍광이 다 무한한 감동을 주곤 한다. 무량수전에서 새벽예불을 올리면서 느끼는 고요하고 장중하면서 숭고한 아름다움에 가슴속 깊은 울림들. 조석으로 예불하러 오르내리면서 보게 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운 자연미는 산사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유명해지니 부석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그들을 위해 일찍 컴퓨터를 사용한 내가 1996년경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게 됐다. 마침 최대종 다나 사장이 고향 후배여서 홈페이지 제작을 의뢰했고 불교적 이미지를 잘 담아서 부석사의 정보를 전하고 소통하게 됐다. 부석사 홈페이지를 개설하니 방문자가 많아져, 그들을 위해 사계절 조석으로 만난 부석사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촬영해 올렸다. 인터넷으로 홈페이지가 시작될 무렵 부석사의 다양한 사진을 메인에 노출했고, 부석사의 역사 등에 대한 정보도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해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이 홈페이지 성공의 비결이었다.

산사에서 생활하면서 접한 장면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사진은 그렇게 홈페이지에 올리려는 목적에서 시작하게 됐다. 부석사의 배치구도가 아름다워, 시간날 때마다 렌즈에 담아서 홈페이지에 올리니 반응들이 좋았다. 부석사에서 새벽예불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날로 늘었다. 그들을 위해 템플스테이 예약시스템을 홈페이지에 추가해 편리성을 도모했다. 그리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차를 마시며 담소하다가 부석사의 풍광이 담긴 사진들과 연꽃사진을 선물로 주곤 했는데 사진이 좋다며 한참을 구경해 자연스레 포교가 됐다. 부석사 홈페이지가 인기를 얻게 되자 비구니 강원에서 부석사 홈페이지에 대한 취재를 하기도 했다.

그 당시 부석사 우체국에 근무하는 분이 부석사 사진들로 나만의 우표를 만들어서 부석사를 찾는 관광객이나 일반인에게 보급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서 내가 촬영한 사진들로 ‘나만의 우표 부석사시리즈’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진으로 자연스레 부석사 홍보 겸 포교를 하게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코레일에서 발간하는 월간지와 국제신문에서도 내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또한 관광박람회에 처음 나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홍보부스에 내가 찍은 부석사 사진을 쓰겠다고 해 흔쾌히 필름을 제공했다. 최순우 선생이 찬탄한 아름다운 부석사의 미(美)를 소박한 마음으로 틈틈이 렌즈에 담는 작업을 통해 필요한 곳에 재능기부 했으니 문화재를 알리고 산사의 미를 보급하는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을 한 덕분인지 대구가톨릭대 예술대학에서 사진전을 열자고 제안해,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진초대전에 응하게 됐다. 부처님의 미소를 담은 사진과 부석사의 풍경사진, 연꽃사진 등 30여 점으로 구성된 ‘사진으로 베푸는 스님의 마음’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게 돼 많은 분들로부터 과분한 격려를 받았다. 아마 스님이 산사의 미를 렌즈에 담고 스님들의 자연스런 일상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불교적 미를 표현한 것에 호기심을 가진 것이지만 그것이 바로 불자와 일반인에게 소통하고 감성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포교가 되지 않았을까. 불교적 미를 렌즈에 담아 아낌없이 감성적으로 베푸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소통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교신문3228호/2016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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