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진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불교와 서양음악

새로운 시대에는 서로 만나

개척될 부분이 많은

무한한 가능성 열린 분야

20년 넘게 불교음악과 맺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강형진 니르바라 단장이 지난 23일 연꽃이 활짝핀 조계사를 찾았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 음악과 인연 맺은지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학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한 강형진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기 중앙대 교수 권유로 불교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1999년 니르바나 창단 이후에는 불교음악을 수행의 도반으로 삼아 묵묵히 정진하고 있는 그를 지난 23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났다.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지나온 길이 힘들기는 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강형진 단장은 현대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온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며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강 단장은 서울예술고 음악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 음악대학 기악과에서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음악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2015년에는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공연예술경영 석사과정을 졸업한 ‘정통 음악인’이다.

그런 그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생을 살면서 맞닥트린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교를 깊이있게 만났다고 했다. 1989년 시아버지가 쓰러진 후 황망한 마음에 집 가까이에 있는 불광사를 찾으면서 부처님을 알게 됐다. “사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려운 일들이 원만하게 해결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불교와 가까워졌습니다.”

강형진 단장은 1990년대 중반 불교행사에 출연해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여기도 음악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불교음악의 인연은 1997년 시어머니가 편찮을 당시 본각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이 “어머님은 부처님께 맡기고 보다 큰일을 하라”는 권유가 큰 힘이 되었다.

1998년 니르바나 실내악단을 창단한 이후 각종 불교행사를 통해 불법(佛法)과 음악을 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당시로는 매우 생소한 불교와 서양음악의 만남은 화제가 됐다. “동양 정신과 서양 문명이 만나고 전통과 신사고(新思考)가 융화되는 곳에 새로운 문화가 피어납니다. 불교와 서양음악, 지난 세기 동안에는 별로 어울리는 않는 요소들일지 모르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에는 서로 만나서 개척될 부분이 많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분야일 것입니다.”

성악(聖樂)으로 불리는 기독교 음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불교음악은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불심(佛心)을 담은 음악으로 불교의 향기를 전하는 것은 물론 대중에게 마음의 평안과 활력을 선물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찰에서 서양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에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니르바나는 그동안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다양한 공연을 실시했다. 7년간 매년 소아함 환자들을 위한 연주를 한 것은 물론 에티오피아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공연, 환경음악회 등을 통해 자비와 나눔을 실천했다. 니르바나의 원력과 자비행은 꽃향기가 퍼지듯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과연 서양음악으로 불교를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녔던 스님과 불자들도 진정성과 신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불교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한발자국씩 더 나가겠습니다.”

최근 근황을 묻는 질문에 강형진 단장은 “불교신문과 도솔회가 10월30일 동국대에서 개최하는 제1회 도솔전국불교합창대회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8월22일 마감 결과 19팀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서울, 부산, 청주, 강릉 등지의 불교합창단이 고루 신청해 ‘전국대회’ 위상을 갖추었다. 예선을 거쳐 12팀이 본선에 오르게 된다. 강 단장은 “부처님 가르침을 노래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합창단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면서 “첫 번째 대회인 만큼 성공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원력을 비추었다.

강형진 단장은 공연기획사 아카사(AKASA)를 중심으로 불교음악의 외연(外延)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민간자격증인 ‘찬불가 지도사 자격증’을 개설해 불교음악을 지도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찬불가 지도사 1급과 2급 과정에 대한 등록을 마쳐 공신력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9월5일 ‘불교음악아카데미’도 문을 연다. 동국대 평생교육원 서울ㆍ고양캠퍼스에서 찬불가 힐링스쿨, 찬불가 지도사 1급 과정, 찬불가 지도사 2급 과정을 운영한다. 강형진 단장을 비롯해 강유정, 이동원, 김만석, 이정화, 박선영, 김재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지도한다. 불교기초음악이론, 국악장단의 이해와 실제, 찬불가의 역사적 이해와 실제 등 불교음악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과정이다.

강형진 단장은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불교명상 음악의 이해’라는 과목을, 동국대 다르마칼리지를 통해 ‘음악 즐기기’ 과목을 강의하며 불교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송파노인복지센터에서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해설이 있는 클래식 여행’ 강좌가 어르신은 물론 주민들의 호응이 크다. 또한 지난 7월 강원도 인제교육지원청과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및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 공동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청소년 문화예술활동 및 체험활동 등을 통해 청소년의 인성 함양과 문화 향유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오는 9월24일 제24교구본사 선운사에서 열리는 ‘음악회’ 준비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형진 단장이 늘 마음에 담고 수행의 도반으로 삼는 경전구절이 있다. 선승(禪僧)들의 선문답을 가려뽑은 <벽암록(碧巖錄)>에 실린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하루를 이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그는 “사람들과 부딪치며 바쁘게 살아도 마음먹기에 따라 산속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안락하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기불교경전을 가까이에 놓고 틈틈이 정독한다고 했다. 마음에 새길만한 구절이 있으면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고, 노트에 옮겨 적으며 불교의 향기를 깊이 들여 마신다. 강 단장은 “음악과 뇌를 연구하는 분의 강의를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음악에 집중하고 몰두하면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발산되는데, 이것은 수행 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음악에 집중하며 명상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불교경전이나 음악의 근본 원리를 잘 연구하여 현대인에게 맞는 수행이 무엇인지, 불교 음악이 무엇인지 살피는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강형진 단장은 “음악은 불교수행에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음악은 내면에 집중하고, 어떤 사안을 관조하게 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교음악을 통해 안심(安心)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며, 수행의 도반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는 “스님들이 경전을 염송할 때 운율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음악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면서 “요즘에는 초기불교에 관심을 갖고, 경전에 나타난 음악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이 고요해지고 경건해지는 ‘아름다운 경험’을 많은 분들이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불교음악에 호기심을 갖도록 하고, 결국에는 불교와 인연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형진 단장은 “불교음악은 ‘수행의 뗏목’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면서 “명상이 중심이 된 불교음악을 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원력을 비추었다.

강형진 단장은…

 

1954년 10월27일 충남 서산 출생. 법명 자인화(慈仁華). 1973년 서울예술고 음악과 졸업. 1977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졸업. 1994년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음악대학 대학원(바이올린) 석사과정 졸업. 2015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 석사 졸업. 1978년 1월~1981년 7월 국립교향악단 단원, 1981년 8월~1992년 1월 KBS 교향악단 단원. 1999년 니르바나 실내악단 창단. 2006년 불교여성개발원 제2차 여성불자 108인 선정. 행원문화재단 행원문화상, 대한불교진흥원 대원상(특별상), 불교인재개발원 올해의 인재상, 조계종 총무원 불교음악상(원력상), 불이회 불이상(실천분야) 수상. 한국혈액암협회 감사패, 생명나눔실천본부 감사패 수상, 현재 동국대 교양교육원 다르마칼리지 출강,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JK앙상블 매니지먼트 대표, 공연기획사 아카사 대표

[불교신문3228호/2016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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