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재원, ‘어려운 불교 쉽게 이해하기’ 강좌

경제인불자 백발노인의
인생경험 배인 강연   
은퇴 저명인사들 ‘눈길’ 
“골프보다 재밌어요”  
 
엄상호 불교인재원 이사장은 굴지의 건설사였던 건영그룹 회장이었다. 기업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는 대신 불교를 얻었다. 사재를 털어 2006년 불교인재원을 설립했다. 유수의 교수진을 초청한 ‘2600년 불교사’와 금강경 화엄경 및 선어록 강의, 성철스님 수행처 순례 등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 이번엔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마이크를 잡았다.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엄상호 불교인재원 이사장.
‘어려운 불교를 쉽게 이해하는 불교강좌.’ 지난 7월29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조계종 전법회관 지하 1층 교육관에서 진행하고 있다. 회향은 10월7일. 부처님의 생애, 불교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깨달음, 업 윤회 공(空) 등 불교의 세계관 등을 자신의 공부와 인생경험을 섞어 들려주고 있다. 대승불교사상을 대표하는 화엄과 천태를 비롯해 삼제원융(三諦圓融) 십현연기(十玄緣起) 등 자못 생소한 개념까지 강의노트에 빼곡히 적혔다. 덕분에 매일 333배를 하기 위해 새벽 3시30분에 시작하던 일과가 새벽 1시로 더 빨라졌다. 올해 일흔 여섯인 백발노인의 마지막 불꽃이다. 

지난 19일 강의현장을 찾았다. 엄 이사장이 맡은 마지막 강의다. “불교의 공(空)은 단순히 비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연이 끊임없이 생멸변화하는 우리의 현실이 곧 공임을 알아야 합니다. 비어있기에 채울 수 있고 변화하기에 새로움을 꿈꿀 수 있는 법입니다. 아무쪼록 공을 희망과 포용의 언어로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수강생은 40여 명. ‘큰스님’의 설법이 아님에도 상당히 많이 모였다. 남녀노소가 적절히 안배됐다. 눈빛만은 똑같이 뜨겁다.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엄기영 전 문화방송(MBC) 사장. 영월 엄씨로 엄 이사장과 같은 항렬이다. 물론 단순히 혈연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기독교 신자인 엄 전 사장은 “요즘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선악이라는 상투적인 논리를 넘어 ‘상(相)이 상이 아님을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는 궁극적인 진리에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불교가 이리 좋다는 걸 좀 더 일찍 좀 알았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술회다. 겸손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강의에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을 비롯한 지명인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금창태 전 중앙일보 부회장, 우명규 전 서울시장과도 만났다. 엄기영 씨처럼 지금은 은퇴한 저명인사들이다. 늦게나마 불교의 맛을 본 인연으로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금창태 옹은 “완전한 바보가 돼야 비로소 참사람이 된다는 성철스님의 말씀에 깊이 감화됐다”며 “그냥 살면 80년은 너무 길지만 공부하려면 너무 짧다”고 투지를 다잡았다. 

우명규 옹의 입에선 <초발심자경문>이 술술 나온다. “배슬여빙(拜膝如氷) 무연화심(無戀火心) 아장여절(餓腸如切) 무구식념(無求食念),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려도 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내지 말 것이요 굶주린 창자가 끊어질 듯해도 밥을 구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올해 더위만큼이나 펄펄 끓는 향학열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늘그막에 골프나 치러 다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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