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80종호에 관하여①

부처님의 정수리를 본 적 있나요, 손발 빛은…

일체를 정면으로 향하며 등지지 않았답니다

<대지도론> 제29권에는 부처님을 가리켜 장육존상(丈六尊像)이라고 합니다. 장육은 1장6척이란 말인데 요즘으로 환산해서 정확히 어느 정도라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통의 성인남자보다는 큰 키라고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최근 <대지도론>을 완역하신 법성스님은 ‘180cm’라고 보았습니다.

키는 큰데 상호를 적게 갖추면 어쩐지 초라해 보이고, 32가지보다 더 많은 상이 그 몸을 장식하면 너무 복잡해보일 것이라는 것이 <대지도론> 제29권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부처님 키에 32가지 신체적 특징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육신을 말하는 것이 32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80종호(種好)도 있습니다. 붙여서 ‘32상80종호’라고 합니다. 보통은 32상의 ‘상’과 80종호의 ‘호’를 나눠서 풀이하기도 하는데 <대지도론> 제29권의 설명에 따르면, 상(相)은 크게 몸을 장엄하는데 큰 것(大, 相)을 말하면 이미 그 속에 작은 것(小, 好)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相)은 큼직큼직한 것을 말하는 반면 호(好)는 세밀합니다. 중생이 부처님을 보면 곧바로 그 상(相)을 봅니다. 반면 호(好)는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상(相)은 다른 이들도 얻을 수 있지만 호(好)는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호를 상과 별도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32상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항목을 설명하는데 반면 80종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살펴온 <대지도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대지도론>을 조금 벗어나 80종호에 관해 두 가지 문헌에 근거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항목이 너무 많아 자세한 설명은 피하고 항목만을 나열할 것이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승천왕반야바라밀경> 제7권에서 들려주는 80종호의 내용입니다.

1정수리를 볼 수 없다. 2정수리뼈가 견고하다. 3이마가 넓고 평평하다. 4눈썹이 높고 길며 초승달 같고 감색의 유리빛깔이다. 5눈이 넓고 길다. 6코가 높고 둥글고 곧다. 7귀가 두텁고 넓고 길다. 8몸이 견고한 것이 나라연(힘이 장사인 천신)과 같다. 9몸이 무너지지 않는다. 10몸의 뼈마디가 굳건하고 조밀하다. 11뒤를 향해 돌아설 때는 코끼리왕과 같다. 12몸에 빛이 흐른다. 13몸이 고르고 반듯하다. 14언제나 젊어서 늙지 않는다. 15몸에 늘 윤기가 흐른다. 16다른 사람의 힘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몸을 잘 지킨다. 17몸이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고루 다 갖췄다. 18인식작용(識)을 원만하게 잘 갖췄다. 19생김새와 몸가짐이 훌륭하다. 20위덕이 멀리까지 미친다.

21일체를 정면으로 향하며 등지지 않는다. 22어느 곳에 머물더라도 그 자세가 평화로우며 위태롭게 흔들리지 않는다. 23얼굴의 크기가 크거나 길지도 않게 알맞다. 24얼굴이 넓고 평평하다. 25얼굴이 둥글고 깨끗하기가 보름달 같다. 26얼굴에 야윈 곳이 없다. 27앞으로 나아가거나 그 자리에 멈춰서 있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코끼리왕과 같다. 28얼굴과 몸가짐에서 풍기는 위엄이 사자왕과 같다. 29걸음걸이가 거위왕과 같다. 30머리는 마타나(摩陀那) 열매와 같다. 31몸이 빛나며 광택이 흐른다. 32발바닥이 두텁다. 33손톱은 붉은 구리잎과도 같다. 34걸을 때는 발바닥 지문이 땅바닥에 선명하게 찍힌다. 35지문이 화려하다. 36지문이 또렷하며 흐리지 않다. 37손의 무늬(손금?)가 선명하고 반듯하다. 38손의 무늬가 길다. 39손이 무늬가 끊어지지 않았다. 40손발이 부드럽다.

41손발이 불그레하고도 희어서 연꽃과 같다. 42몸에 갖춰야 할 구멍이 다 갖춰졌고 모양이 반듯하다. 43걸음의 폭이 너무 짧지 않다. 44걸음의 폭이 너무 길지 않다. 45걸음걸이가 편안하다. (계속)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