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머무신 8개 도시 <29> - 왐사국의 수도, 코삼비⑤

화장실을 이용한 후 깜빡 잊고

손 씻은 물을 버리지 않은 스님이

자신의 실수와 허물을 인정하자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면

허물이라 할 것도 없다던 스님이

다른 이에게 이야기를 전하면서

 

‘출가자 권리 정지’ 주장이 나오자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던 스님은

모든 스님들 앞에 허물이 알려져

당황해 수치심을 느끼게 돼…

우데나 왕이 다스리는 왐사 왕국은 코살라 왕국과 마가다 왕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비옥한 지역이었다. 물자가 풍부하고 교역이 활발하여 전염병과 기근을 피해 몰려온 주변의 난민들을 위해 무료구휼소를 운영할 정도로 재정이 부유하였고 나라의 살림을 맡은 재정관들이 직접 사원을 지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할 만큼 수행자에 대한 존경심도 깊었다.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정복 전쟁이 치열했던 시대에 보기 드물게 안정적인 왕국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마왓띠 왕비와 마간디야 왕비의 연이은 죽음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코삼비에서 일어난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승가의 분열이다.

허물을 대중에게 공개해 갈등 증폭

어느 날 코삼비에서 부처님과 스님들이 안거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때 한 스님이 화장실을 이용한 후 깜빡 잊고 손을 씻은 물을 버리지 않고 나왔다. 바로 다음에 화장실을 이용한 스님은 계율에 정통한 분이었는데 비워져 있어야 할 손 씻은 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먼저 화장실을 이용한 스님을 찾아가 이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스님이 곧바로 자신의 실수와 허물을 인정하자 계율에 정통한 스님이 말했다.

“일부러 버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면 허물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한 스님은 허물을 지적하였고, 한 스님은 허물을 인정하였다. 그렇게 사건은 무난하게 지나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허물을 지적한 스님이 다른 동료에게 이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 한 것이 문제였다. 그때부터 일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자 계율에 정통한 스님을 따르던 도반들과 제자들은 허물을 인정한 스님을 찾아가 대중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구족계를 수지한 출가자가 지니는 권리를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실수를 모든 스님들이 알게 된 것을 본 스님은 당황하였고 수치심을 느꼈다. 화가 난 스님은 권리 정지 처분을 주장하는 스님들을 향해 외쳤다.

“언제는 허물이랄 것도 없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허물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대들이 알기 전에 나는 이미 실수를 인정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허물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거듭 중재에 나선 부처님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허물을 인정했던 스님은 일이 커지자 이를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처분을 받는 것을 거부한 것이었다. 또한 실수를 저질렀던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으로 명망이 높은 장로였다. 계율에 정통한 스님이 자신의 실수를 떠벌린 것에 실망한 그는 자신과 친한 도반들과 제자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이야기하였고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교단은 실수를 했던 스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허물을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스님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수시로 말다툼과 분쟁을 벌이게 되었다.

스님들이 두 세력으로 나뉘어 서로를 비난하며 다투고 있다는 소식은 부처님에게까지 전해졌다. 부처님은 중재를 위해 실수를 했던 스님을 지지하는 제자들과 허물을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제자들을 따로 따로 찾아가 상황에 맞게 법문을 들려주며 그들을 타이르셨다. 함께 공부하며 수행하는 도반과 교단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스님들이 자신의 자존심과 이기심으로 승가를 분열시키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말씀하신 것이다. 이어서 부처님은 수행을 하는 출가자들이 지녀야 할 마음 챙김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자세하게 법문을 들려주셨다. 서로를 비난하는 두 세력이 스스로의 허물을 알아차리고 반성하여 다시 화합을 도모하길 바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처님의 거듭된 당부와 중재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작된 분열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분열은 점점 심해졌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비난하는 일이 잦아졌다. 기필코 상대방의 승복을 받아내려는 생각으로 가득 찬 그들을 본 다른 스님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고 신도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미 자신들만 옳다는 논리에 빠진 스님들은 이런 변화조차 알아차리지 못했고 마침내 많은 대중들이 보는 곳에서 서로에게 욕을 하며 몸싸움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재 위한 부처님의 마지막 노력

스님들이 다투며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신도들은 스님들에게 분개하였고 또 실망하였다.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은 채 수행과 배움을 갈망하는 많은 스님들은 부처님을 찾아가 이들이 더욱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의 아들인 스님들이 어떻게 많은 대중들이 보는 곳에서 서로 다투며 손찌검까지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부처님은 두 세력이 반성하기는커녕 여전히 승가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에 무척 실망했다. 하지만 중립적인 스님들이 두 세력이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부처님께 화합을 위해 법문을 들려주실 것을 간청하자 다시 한 번 중재를 시도하였다. 다른 제자들과 신도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또 분열을 조장하는 스님들의 어리석음과 이기심 또한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스님들의 노력과 부처님의 자비 덕분에 참으로 어렵게 부처님과 분열된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이미 자신들만의 논리에 빠져버린 스님들의 귀에는 부처님의 말씀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부처님께서 화합의 중요성을 설하자 자신들의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중재를 거부하기까지 하였다. 너무나 무례하고 교만한 언행에 다른 스님들은 깜짝 놀랐으나 시비를 가리는 것에만 빠진 스님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부처님은 마지막으로 옛날 브라흐마닷따 왕과 디가부 왕자의 이야기를 비유로 들어 법문을 설하셨다.

 

원한을 내려놓은 왕자의 이야기

카시 왕국이 강성하던 시절, 브라흐마닷따 왕은 약소국인 코살라국을 침략하여 영토를 빼앗았다. 이에 코살라의 왕은 왕비와 함께 가난한 걸인의 옷을 입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 신분을 감춘 채 바라나시의 한 옹기장이 집에 숨어 지냈다. 바라나시는 카시 왕국의 수도였기에 만약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컸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 아니던가. 브라흐마닷따 왕은 감히 코살라의 왕과 왕비가 바라나시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몇 달이 흘러 임신 중이었던 코살라의 왕비가 아들을 낳게 되었다. 왕자의 탄생은 하루하루 가슴 졸이는 생활을 해야 하는 코살라의 왕과 왕비에게 유일한 기쁨이자 희망이 되어주었다. 이들은 태어난 아들에게 ‘디가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몇 년이 흘러 디가부가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코살라 왕과 왕비는 그를 바라나시 성 밖에서 살도록 하였다. 만약 브라흐마닷따 왕이 나중에라도 디가부의 존재를 알게 될 경우, 세 가족이 몰살될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이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게 된 디가부는 타고난 총명함으로 이내 많은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디가부는 특히 음악에 천부적인 재질을 보였는데 악기를 연주할 때면 그의 상냥하고 우아한 몸가짐과 아름다운 목소리에 사람들은 넋을 잃곤 하였다.

그러던 중 결국 비극의 날이 찾아 왔다. 브라흐마닷따 왕의 심복이 옹기장이의 집에서 숨어 지내고 있던 코살라 왕과 왕비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한때 코살라 왕의 이발사였던 그는 출세와 부귀영화를 위해 브라흐마닷따 왕에게 이 사실을 곧바로 알렸다. 코살라 왕과 왕비는 미처 도망칠 틈도 없이 병사들에게 붙잡혀 끌려왔다. 브라흐마닷따 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들을 보며 병사들에게 명했다.

“이들은 코살라의 왕과 왕비이다. 괘씸하게도 수 년 동안 나와 세상을 속인 채 변장을 하고 바라나시에 숨어살고 있었으나 이제는 정체가 드러났다. 이들을 밧줄로 묶어 바라나시 시내를 한 바퀴 돌게 한 후 광장에서 사지를 잘라 처형할 것을 명한다. 또한 이들의 처형모습은 모든 백성들이 보게 하라! 코살라의 왕과 왕비가 얼마나 비겁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글 조민기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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