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비지

조동수 지음 / 도화

 

<꿈꾸는 열쇠> 등을 펴낸 중견 소설가 조동수 작가가 장편의 구도소설을 펴냈다. 서라벌 황룡사 마당에 세워졌던 ‘신라 문화의 자존심’ 황룡사 9층 석탑에 대한 이야기다. 고려를 침략한 원나라가 고려인의 높은 문화적 자부심을 꺾기 위해 불태우기까지 황룡사 9층 목탑은 자부심이었다. 이를 건립한 사람은 백제의 도인 대아비지다. 백제의 대목장이었던 대아비지가 적국 신라의 땅에서 9층 석탑을 세우는 과정을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만나 그려졌다.

대아비지가 9층 목탑을 완공하기 전날, 깊은 명상에 들었다. 당나라에도 없는 거대한 탑을 3년에 걸쳐 이룬 순간이다. 내일이면 적국인 신라에 삼국통일의 염원을 담은 탑을 세워주고 다시 고국 백제로 가야하는 입장. 만감이 교차하고 망상과 번뇌가 끊임없이 일었다.

그는 대박사와의 만남을 회고한다. 대아비지가 열일곱 살 되던 해였다. “탑이 무엇입니까?” “거울이니라.” 거침없이 뱉은 그 대답에 나는 말문이 콱 막혔다. 마치 ‘영원의 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바로 이 청정한 거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불멸의 생명력을 얻게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1000년 전 백제와 신라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대아비지를 통해 작가는 시대의 문화유산을 만든 장인들의 마음, 그 안의 불심을 들여다보고자 시도한다. 오랫동안 화두를 안고 수행자처럼 떠돌았던 저자이기에 그가 그려낸 아비지의 마음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현재 황룡사에는 목탑이 없다. 현재의 목조기술로 그 목탑을 재현할 수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탑을 세웠던 선조들의 마음은 작가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저자는 “경주에 들렀다가 백제의 큰 스승 아비지를 만났다. 그리고 설악산의 한 사찰에서 낮에는 절의 허드렛일을 돕고, 밤에는 방바닥에 꾸부리고 앉아 볼펜으로 초고를 썼다”고 털어놓으며 독자를 향해 “지체말고 눈 밝은 선지식을 찾아가라. 그것이 완성된 인간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다”는 말을 전했다.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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